중국의 3분기 경제 성적은 'OK'다. 8.9%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률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경기 회복에 큰 기여를 못했던 소비와 수출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 정부가 내건 '바오바(保八,8% 성장률) 달성'이 확실하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과잉유동성 과잉투자 과잉생산 등 '3대 과잉'이 그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의 응급 처방으로 정부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된 결과다. 수출도 확실히 회복된 것은 아니고 환율 또한 불안하다. 중국 정부는 따라서 출구전략 채택을 미루는 대신 유동성 확대폭 축소 등 미세 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표는 우등생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적표의 특징은 골고루 좋아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생산은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났다. 9월엔 증가율이 13.9%로 전월(12.3%)에 비해 크게 호전됐다. 소비 역시 9월 중 15.4% 증가율을 달성,전월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올 들어 9월까지 누계로 33.4%에 달해 8월까지의 33.0%보다 올라갔다. 9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1%,11.4% 감소했지만 전월 수출(-22.2%),수입(-22.7%)보다는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성장률이 급격히 반등하며 V자형을 그리는 동시에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 속도가 빨라지자 낙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류셔진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성장률이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더블딥(이중 침체) 위험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천밍 광다증권 연구원은 "4분기 성장률은 10.5%를 기록해 올해 연간으론 8.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 위험 '3대 과잉'

하지만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에 주목하는 시각도 많다. 중국 정부가 응급 처방으로 재정을 왕창 풀면서 과잉 유동성과 투자가 유발됐고 이는 결국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운동선수와 같으며 경기부양책 중단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가중되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친샤오 초상은행장이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산 버블과 과잉 생산 등을 우려하며 금융정책을 확장에서 긴축 기조로 긴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플레 우려 첫 언급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의 틀은 유지키로 했다. 경기 회복세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자바오 총리가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만 미세 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무원은 전날 상무회의에서 향후 수개월간 빠른 성장 유지와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 관리를 정책의 핵심에 두겠다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출 억제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언급한 것은 중국 경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영기업의 투자 확대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중국에선 물가 안정 효과가 있는 위안화 절상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