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도쿄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동관에서 수백 명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소동이 빚어졌다. 전기자동차 전문업체인 CT&T가 한류스타 정지훈씨(예명 비)를 자사 부스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 회사의 주주이자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이번 모터쇼에 참여한 CT&T는 미쓰비시와 닛산 전시장을 마주보는 정중앙에 자리잡아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다.

CT&T,최대 수출계약 체결

이영기 CT&T 사장은 이날 일본 미국 캐나다 대만 등 4개국에 총 3만8000대(4억달러 규모)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일본에선 대당 900만원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정식 번호판도 획득했다.

CT&T가 수출하는 곳은 일본 자동차공정검정협회(3000대) 및 시바우라그룹 가에아모터스(1000대),미국 2AM그룹(7000대),MVP EV그룹(5000대),EVI그룹(5000대),캐나다 RIM그룹(5000대),대만 영풍그룹(2000대) 등이다. 다음 달부터 내년 초까지는 전량 당진공장에서 조립해 수출하고,미국 등 현지에 조립시설이 갖춰지면 반(半)조립 상태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CT&T는 최근 LG화학과 차량용 2차전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SK에너지와도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사장은 "처음 자동차를 구입하는 신세대부터 은퇴 후 조작이 쉽고 안락한 자동차를 원하는 실버 세대까지 모두 소비층"이라고 소개했다.

내년부터 국내도로에서도 주행

정부는 최근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저속 전기차에 대한 별도 안전기준을 연내 마련하고 시속 60㎞ 이하의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저속 전기차의 최고 속도가 시속 60~80㎞인 점을 감안해 일반 승용차에 적용하고 있는 충돌시험 등 강도와 내구성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저속형 전기차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곳은 CT&T를 비롯해 에이디텍스 레오모터스 등 4~5곳이다. CT&T는 연말까지 20곳의 국내 영업점을 별도로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디텍스는 연산 2000~3000대 규모의 경기도 화성공장 생산량을 3만대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정비할 경우 저속형뿐만 아니라 고속형 전기차도 활성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부터 경차에 전기모터를 달고 시속 130㎞ 이상 낼 수 있는 전기차를 시판하기로 했다. 르노삼성도 같은 해부터 부산공장에서 뉴 SM3 전기차를 생산한다. 고속형 전기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160㎞ 이상으로,저속형보다 두 배가량 길지만 가격이 4~5배 비싼 게 흠이다.

◆구매 보조금과 인프라가 관건

전문가들은 내년 도시형 전기차가 판매되더라도 수요가 한꺼번에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행거리가 짧아 자주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인승 경차 크기인데 가격이 대당 1000만~1200만원으로 비교적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는 한편 충전 인프라를 적극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일본에선 대표적인 친환경차인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차값의 30~40%를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 충전소를 만들어야 초기 수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도쿄=박동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