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희귀병 소년 시인에게 찾아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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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아홉 살인 동남이는 다섯 살 때부터 희귀병인 근이영양증을 앓아왔습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디스트로핀'이라는 단백질이 모자라 생기는 난치성 희귀 질환이지요. 그는 몸을 제대로 일으키기 힘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생활합니다.
아동복지시설인 대전 천양원에서 자라다 열한 살 때 서울 연남동의 근육병 재활시설 잔디네집으로 이사 온 그는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언제나 밝고 맑게 생활합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천사'이기도 합니다.
그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몸이 불편해 긴 글은 쓰지 못하고 짧은 글만 씁니다. 그의 꿈은 시인입니다. 서툰 손짓으로 지인들의 홈페이지에 인사 대신 짧은 시를 남기기도 합니다. 시를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이미 시인의 그것입니다.
늘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그는 <하늘2>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늘을 보면/ 나의 마음이 환해진다// 눈부신 태양도/ 나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고// 날아드는 새들도/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 나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있다/ 나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그는 또 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이 나무와 함께 자란다고 표현합니다. '해마다 크는 집/ 나무집 위에서는/ 까치의 꿈도 영원히/ 커 간다. '(<까치의 집>)
몸이 불편해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표현할 수 있고,읽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에 시를 쓴다는 이동남.그의 또 다른 꿈은 시집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그의 소망을 알게 된 한 시인의 도움으로 문학의숲 출판사에서 첫시집 《해마다 크는 집》을 내게 된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그가 다니는 한국우진학교에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낭송회도 가졌습니다. 그의 사연은 오는 27일 KBS의 '사랑의 가족'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이제 그는 더욱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까치집이 나무와 함께 해마다 자라듯 그의 시도 날마다 한뼘씩 더 자랄 것입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아동복지시설인 대전 천양원에서 자라다 열한 살 때 서울 연남동의 근육병 재활시설 잔디네집으로 이사 온 그는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언제나 밝고 맑게 생활합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천사'이기도 합니다.
그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몸이 불편해 긴 글은 쓰지 못하고 짧은 글만 씁니다. 그의 꿈은 시인입니다. 서툰 손짓으로 지인들의 홈페이지에 인사 대신 짧은 시를 남기기도 합니다. 시를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이미 시인의 그것입니다.
늘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그는 <하늘2>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늘을 보면/ 나의 마음이 환해진다// 눈부신 태양도/ 나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고// 날아드는 새들도/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 나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있다/ 나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그는 또 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이 나무와 함께 자란다고 표현합니다. '해마다 크는 집/ 나무집 위에서는/ 까치의 꿈도 영원히/ 커 간다. '(<까치의 집>)
몸이 불편해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표현할 수 있고,읽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에 시를 쓴다는 이동남.그의 또 다른 꿈은 시집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그의 소망을 알게 된 한 시인의 도움으로 문학의숲 출판사에서 첫시집 《해마다 크는 집》을 내게 된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그가 다니는 한국우진학교에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낭송회도 가졌습니다. 그의 사연은 오는 27일 KBS의 '사랑의 가족'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이제 그는 더욱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까치집이 나무와 함께 해마다 자라듯 그의 시도 날마다 한뼘씩 더 자랄 것입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