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12개국이 세계 모든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거래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이 외환투기를 막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을 주창한 '토빈세'와 같은 개념이다.

12개국의 각료들은 22일 공개한 성명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세 도입 가능성을 포함해 빈국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여러 가지 옵션을 연구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2개국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브라질 오스트리아 벨기에 칠레 스페인 노르웨이 세네갈 등으로 미국은 이번 합의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모든 금융거래에 0.005%의 세금을 부과해 매년 300억유로를 조성하는 방안이 앞으로 본격 연구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9명의 경제학자들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는 내년 5월 이전에 1차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위원회 설립은 쿠슈네르 장관을 비롯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더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장 등이 금융거래세 도입을 잇따라 주장한 뒤에 합의된 것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달 초 IMF가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의 요청에 따라 금융거래세 도입 가능성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G20 정상들이 IMF 측에 금융거래세에 관해 연구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토빈稅란… "국제 투기자금에 과세" 노벨 경제학상 토빈 주장

12개국이 검토에 착수한 금융거래세는 사실상 토빈세를 의미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이 1978년 주장한 이론으로,외환 · 채권 · 파생상품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에 거래세를 부과해 급격한 자금유출입으로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 골자다.

토빈은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빈세는 일반 무역거래,장기 자본거래,그리고 실물경제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투기성 자본에만 제약을 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토빈세를 일부 국가에서만 실시하면 국제자본이 토빈세가 없는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시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토빈세가 도입되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는 물론 각국 빈부격차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이 20일부터 헤알화 표시 채권과 주식을 사는 달러자금에 2%의 거래세를 물리기로 한 것도 토빈세의 성격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