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인재교환 프로그램'
하산씨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최대 통신업체인 셀콤(celcom)으로 복귀하자마자 회사에 '오더북(order book)' 제작을 제안했다. 물품 주문을 기록하는 오더북은 주로 건설사나 제조업체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통신업체는 잘 쓰지 않는 기록서류.인재교환 프로그램을 이수한 그는 통신사에서도 오더북이 필요하다고 설득했고,통신사인 셀콤은 물품주문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보는 그의 관점도 180도 달라졌다. 하산씨는 "이젠 새 프로젝트를 맡으면 '과연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산을 바꾼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카자나내셔널의 인재양성 프로그램 덕분이다. 카자나내셔널은 45개의 공기업을 주주로 하는 '공기업 위의 공기업'이다. 주된 역할은 주주 공기업들의 관리 감독이다. 인재교환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시도한 색다른 제도다.
이 프로그램 지원에 따라 통신사의 마케팅에서 근무했던 하산씨가 건설사 보험사 등을 거느린 대기업 UEM에 감사로 일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며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회계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UEM으로 파견가기 전부터 독학으로 회계학을 공부했다. 메이 쿼 카자나내셔널 인사팀장은 "지원자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힘을 기르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창의성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접하고 부딪칠 때 길러진다는 신념에서다. 실제로 카자나 인재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기 참여자 전원(15명)은 "대만족이다. 색다른 관점을 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은행 메이뱅크에서 12년간 근무했던 아잘 이스마일씨(41)는 팜오일 플랜테이션,부동산,자동차,에너지 및 공공사업,건강관리 등 여러 산업분야에 진출해 있는 사임 다비(Sime Darby)의 위기관리 부서에서 일했다. 그는 "기업의 위기 관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서 금융업과 접합점을 찾을 수 있었다"며 "다른 동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1기생들의 만족도가 높자 카자나내셔널은 올해부터 인원수를 2배(32명)로 늘리기로 했다. 나아가 지원자에 한해 아예 업종을 전환할 기회를 주고,45개 공기업이 신입사원을 공동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