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UAE,알제리 등에서 대형 플랜트공사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 상반기 50억달러에 그쳤던 해외 플랜트공사 수주는 7,8월에만 100억달러 규모를 추가 수주했다. 유가 상승세에 따라 중동 산유국들이 유보했거나 철회한 프로젝트의 재발주도 예상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플랜트공사 수주가 순항하고 있는 것은 그간 EPC(계약사가 엔지니어링,자재 구매,건설까지 하는 일괄 입찰)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주요 발주처들이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업체들의 EPC 프로젝트 수행 능력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과 대등한 데다 가격 경쟁력 및 프로젝트 관리능력은 오히려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 플랜트공사 수주가 증가하면서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해외 플랜트 수출 업무를 지원,관장하는 두 축인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금융지원 강화,국산 기자재 및 인력수출 확대 등을 위한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했다고 하니 이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기대 못지 않게 지금까지 정부 부처가 업체에 대한 지원 의욕만 앞세운 채 효율적인 공조를 이루지 못해 지원 창구 이원화와 업무 중복의 부작용이 빈번한 데 대한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업무 중복에 따른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업체들의 부처 눈치보기 및 업무 혼선을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플랜트 수주를 통한 외화 획득 극대화를 위해서도 역할 분담과 공조체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국내 업체가 수주하는 해외 플랜트공사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국산 기자재 조달 부문의 취약성에 있다. 공사의 규모와 성격상 대부분 대형 건설업체이 수행하는 플랜트공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설비 기자재 조달이 전체 공사비의 50~60%를 차지하고 있으나,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의 핵심 기자재를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부처 간 종합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는 이번 기회에 국산 기자재의 품질 제고 및 수출 장려 업무를 수행하는 지식경제부와 플랜트공사를 포함해 해외 건설 전반을 관장하는 국토해양부의 정책 공조를 기대해 본다. 설비 기자재 산업을 관장하는 지경부는 이 부문의 품질 제고 및 가격 경쟁력 향상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설비 기자재 업체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또 건설산업을 담당하는 국토부는 원활한 해외 플랜트공사 수주 및 수행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함해 수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장현승 < 서울산업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