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수근 외국인도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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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헌, '65년 유작전 도록' 출간기념적…21점 전시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평범한 예술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어린아이의 모습을 즐겨 그린다. '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년)이 간,신장과 백내장 등 지병으로 사망하기까지 화업 30여년 동안 화두로 삼았던 조형 미학론이다.
독학으로 독창적인 미학세계를 구축한 박 화백의 유작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의 두가헌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1965년 10월6~10일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 화랑에서 열린 첫 유작전 이후 뿔뿔이 흩어진 작품 21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다. 당시 유작전의 작품 목록을 바탕으로 44년 만에 제작한 《1965 박수근 유작전 도록》(마로니에북스 펴냄)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65 유작전 도록 출판 기념전'이란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서민의 애환을 되살려 낸 1950~60년대 대표작 '귀가'를 비롯해 '청소부''절구질하는 여인''대화''노상''거리',목련 2점과 정물화 3점,추상화 1점,미완성 작품 2점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빨래터' 위작 논란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살리고 새로운 시대의 미술 담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대표는 "대부분 개인 소장자에게 어렵게 빌려온 작품들로 향토색 짙은 선과 색감을 통해 직접적이며 진솔한 박 화백의 미학을 탐색할 수 있는데다 돈이 없어 손수 만든 액자에 물감을 칠한 '박수근 액자'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65년 유작전의 도록 표지에 실린 30호 크기의 대작 '귀가'.세 여인 · 고목을 소재로 그린 1962년 작품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판 뒤 여인 3명이 고목 사이로 난 길을 통해 귀가하는 모습을 황토색 짙은 미감으로 묘사했다. 50년대보다 부드러워진 붓질로 서민들의 일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또 1963년작인 8호 크기 '대화'는 소박한 여인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투박하게 담아냈다.
남정네를 다룬 그림도 모습을 드러냈다. 1963년작 '청소부'는 부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를 소재로 소외된 계층을 리얼하게 잡아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박 화백의 예술감정을 일깨운 한국적인 여인네들의 고즈넉한 모습에 비해 화면 속 남자들에게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정적인 서정성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도 선보였다. 동양화의 '철선묘'기법을 활용한 듯한 '새'는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두 마리의 새를 담아낸 작품이다. 배경과 형태가 거의 구분되지않아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과거 서민정신을 견지했던 화풍에서 벗어나 대상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는 작가의 면모가 관람객들을 매료시킨다.
이번 기획전을 위해 전시장을 무료로 제공한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회장은 "서민들의 평범한 소재를 통한 일상성의 기쁨을 보듬어 안는 박 화백의 예술성에 또 다른 감흥을 느낀다"며 "후미오 난조 일본 모리미술관장과 캐시 할브레이 모마(MOMA) 부관장,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미술관장 등 많은 외국인들이 전시장을 찾아 '원더풀'을 연발했다"고 전했다.
강원도 양구 태생인 박 화백은 서민들의 애환을 독특한 질감으로 그려 최고 인기작가로 자리잡았다.
국내 근 · 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빅10' 중 그의 작품은 '빨래터'(45억2000만원) '시장의 사람들'(25억원) '농악'(20억원)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14억6000만원) '한가한 날'(12억4000만원) '휴식'(10억5000만원) '시장의 여인들'(9억1000만원) '나무와 사람들'(7억1000만원) 등 6점이나 된다. 관람료 3000원.30일까지.(02)2287-355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