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미국 모토로라를 제치고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처음으로 2위에 올라섰음에도 미국시장 사정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2004년 27.0% 대 17.2%였던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의 북미시장 점유율 격차는 2007년에는 34.4% 대 18.1%로 되레 더 크게 벌어졌다.

간편한 조작과 독특한 디자인을 무기로 한 모토로라의 '레이저'는 실용을 중시하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이 넘보기 어려운 열풍을 이어갔다.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2006년 한때 37.8%까지 치솟아 삼성을 비롯한 경쟁사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레이저에 안주한 모토로라의 '자만'과 삼성의 끈질긴 추격은 작년 말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전후해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모토로라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22.1%로 떨어져 삼성(21.7%)과의 격차는 0.4%포인트로 좁혀졌다.


분기 기준으로는 이미 모토로라가 삼성전자에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117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점유율 24.7%로 지난해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1위를 지켰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에도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연간 기준으로 북미 시장 첫 1위 등극이 확실해지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 북미총괄 측 예상이다. 1997년 미국 시장에 애니콜을 수출한 지 12년 만에 삼성전자가 강적 모토로라를 처음으로 앞서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 '모토로라의 안방'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젊은층이 문자 메시지를 간단하게 보낼 수 있도록 특화한 메시징폰을 개발해 투입하고 터치폰 시장의 리더십을 굳힌 덕분이다.

오상훈 삼성전자 북미법인 전략기획부장은 "경쟁사가 레이저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메시징폰과 다양한 디자인의 터치폰을 투입해 시장 경쟁 질서를 바꿔 놓았다"며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말했다.

유근석 기자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