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의 '더블 딥(회복 후 다시 침체)' 논란과 금리 인상 가능성을 타고 증시 조정론에 이어 부동산시장에서도 '폭락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주춤해지고 있는 것이 배경이지만 연초에 유행했던 부동산 폭락설이 다시 대두되는 것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증시 조정론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폭락설은 △조만간 베이비 붐 세대가 줄어들 것이라는 인구통계학적 분석 △국토균형화 이론 △부동산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투기세력들이 급속히 이탈해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가속도 이론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의 '더블 딥' 여부와 금리인상 가능성,외국인 자금 이탈설 등까지 가세하고 있다.

일단 연초에 나왔던 1차 부동산 폭락설은 빗나갔다.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이번에도 원화 환율 움직임과 이에 따른 외자 유출입 등 금융부문의 변수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지 못하거나 경시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다시 제기되는 2차 폭락설의 실체를 알아보려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어떤 요인에 의해 영향받는지를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통계 기법을 사용해 집값의 변동요인을 분석한 결과 1990년대 이후 집값 등락은 가계대출 행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또 국민들의 소득과 주택가격 변동 간에도 높은 '정(正)'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하지만 실질소득(GNI) 대비 주거용 건설투자 비중과 주택가격 변동률은 대체로 '부(負)'의 관계다. GDP디플레이터를 이용한 물가상승률과 주택가격의 변동률은 2000년대 들어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기준금리와 주택가격 변동률의 상관관계를 보면 외환위기 전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뚜렷한 동행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일정 시간까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가격의 추이를 감안할 때 2차 폭락설은 우리 경기의 '더블 딥' 여부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재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진다면 소득이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폭락설은 증시 조정론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경기의 더블 딥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연초 비관론자들이 80% 이상으로 봤던 더블 딥 가능성이 최근에는 20~30%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70%를 기여하는 소비가 점차 제자리를 찾고 있고,이번 위기 극복에 약 50%를 기여했다는 중국의 높은 성장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이 더블 딥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들이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추진돼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시각도 성급하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최소한 성장률이 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플러스'로 돌아서고,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추진될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또 출구전략을 추진하더라도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위기대책과 관계없는 착시현상 제거 △장기채 매입과 단기채 매도를 통해 실물경기 회복과 자산거품 제거를 동시에 달성해 나가는 '리버스 오퍼레이션 정책'에 이어 최종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나리오별 출구전략'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중도 이탈(sudden stop)'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우리 경기는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해외에서도 평가가 좋다. 또 통화가치를 감안한 한국과 미국 등 캐리자금 원천국가와의 관계를 보면 아직까지는 '서든 스톱'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의 결정요인을 잘 파악해 놓고 있으면 최근과 같은 2차 폭락설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이같은 논리와 대응전략은 증권시장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