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신종플루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내에서만 하룻동안 유치원 및 초 · 중 · 고교생 신종플루 환자 1100명 이상이 발생했고,이로 인해 76개교가 휴교나 휴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모두 9명이 잇따라 숨지는 등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 또한 급증(急增)하는 추세다.

기온이 떨어지면 바이러스 질병인 신종플루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요즘의 발병 건수와 사망자 발생 추이를 보면 여간 심상치 않다. 그 동안 신종플루 확진환자의 증가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사망자 발생률 또한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건 당국을 비롯 의료계와 국민 모두 긴장의 끈을 늦추고 느슨하게 대응해온 때문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우리는 그 동안 보건 당국이 신종플루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갖고 체계적 확산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절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특히 발병 이후의 치료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신종플루 사망자 20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적절한 치료제를 제대로 투여받은 환자는 3명에 불과했다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손씻기 등 최소한의 예방수칙조차 지키지 않는 학교 등이 수두룩하며,한때 주춤하던 지자체와 기업의 축제나 이벤트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열리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진은 물론 국민도 신종플루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다잡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부터 내년 2월까지 전체 국민의 35%(1716만명)를 대상으로 예방백신 접종에 나서지만 접종이 완료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게 되는 만큼 국민들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신종플루로 인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른 상황이어서 보건당국의 보다 철저한 대응과 국민의 자각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