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황영기 징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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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 부실에 대한 책임문제로 그 다음 직장인 KB금융지주 회장에서마저 쫓겨난 것은 금융인들에겐 아픈 상처다.
우리은행은 황 행장 시절 파생금융상품 투자를 잘못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을 떠안게 됐다. 그로 인해 1만5000명의 우리은행 임직원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들이 제일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적 손실을 낸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 라는 파생금융상품의 성격을 알았던 사람은 은행 안에서도 그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몇 명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파편을 맞은 대다수 은행원들은 황 회장에게 돌을 던지고 싶을지 모른다.
한편에선 감독당국의 책임전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정부가 관리해온 우리은행의 부실 책임은 당연히 정부로 넘어오게 돼 있다. 정부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희생양이 필요했고 때마침 힘이 빠진 듯한 황 회장을 짓이기는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장에서도 책임 공방이 요란했다.
CDO투자손실의 책임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상품이라는 게 요지경속이다. 주택담보대출채권이 원천인데 워낙 복잡해 웬만한 전문가도 투자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마치 수천만마리의 닭을 부위별로 잘게 자른 다음 고추장으로 버무리고 평가회사들이 A급 라벨을 붙여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과 같아 막잡은 토종닭의 일부인지,상한 양계장 닭의 일부인지 구분이 안 된다. 거기다가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가 터졌으니 그 누군들 손실을 피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서로 비난의 화살만을 쏘아대는 것은 우리은행에 또다시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넣어야 했던 뼈아픈 사태의 교훈을 외면하는 일이다.
첫번째 교훈은 은행은 역시 보수적인 자금관리를 제1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행은 일반기업과 달리 부도가 나면 국민이 그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덩치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황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우리은행의 자산은 105조원에서 162조원으로 늘었다. 증가액 57조원, 증가율은 54%였다. 당시 경쟁상대였던 국민은행의 자산증가율은 8%였고 시중은행 전체 자산증가율 역시 23%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예보 통제로 M&A(인수합병)길이 막혀 자연성장을 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3년 사이에 외환은행에 버금가는 크기의 자산을 늘렸으니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있었겠는가.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불을 붙인 것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외화자산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그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자연스럽게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은행을 하루빨리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보를 통해 우리은행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은행의 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곳곳에서 시비를 걸고,책임은 아무도 안 지고…. 주인 있는 은행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우리은행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황영기 논란'은 끝나지 않았지만 논란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고광철 < 부국장겸 경제부장 gwang@hankyung.com >
우리은행은 황 행장 시절 파생금융상품 투자를 잘못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을 떠안게 됐다. 그로 인해 1만5000명의 우리은행 임직원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들이 제일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적 손실을 낸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 라는 파생금융상품의 성격을 알았던 사람은 은행 안에서도 그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몇 명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파편을 맞은 대다수 은행원들은 황 회장에게 돌을 던지고 싶을지 모른다.
한편에선 감독당국의 책임전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정부가 관리해온 우리은행의 부실 책임은 당연히 정부로 넘어오게 돼 있다. 정부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희생양이 필요했고 때마침 힘이 빠진 듯한 황 회장을 짓이기는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장에서도 책임 공방이 요란했다.
CDO투자손실의 책임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상품이라는 게 요지경속이다. 주택담보대출채권이 원천인데 워낙 복잡해 웬만한 전문가도 투자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마치 수천만마리의 닭을 부위별로 잘게 자른 다음 고추장으로 버무리고 평가회사들이 A급 라벨을 붙여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과 같아 막잡은 토종닭의 일부인지,상한 양계장 닭의 일부인지 구분이 안 된다. 거기다가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가 터졌으니 그 누군들 손실을 피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고 서로 비난의 화살만을 쏘아대는 것은 우리은행에 또다시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넣어야 했던 뼈아픈 사태의 교훈을 외면하는 일이다.
첫번째 교훈은 은행은 역시 보수적인 자금관리를 제1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행은 일반기업과 달리 부도가 나면 국민이 그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덩치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황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우리은행의 자산은 105조원에서 162조원으로 늘었다. 증가액 57조원, 증가율은 54%였다. 당시 경쟁상대였던 국민은행의 자산증가율은 8%였고 시중은행 전체 자산증가율 역시 23%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예보 통제로 M&A(인수합병)길이 막혀 자연성장을 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3년 사이에 외환은행에 버금가는 크기의 자산을 늘렸으니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있었겠는가.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불을 붙인 것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외화자산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그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자연스럽게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은행을 하루빨리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보를 통해 우리은행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은행의 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곳곳에서 시비를 걸고,책임은 아무도 안 지고…. 주인 있는 은행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우리은행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황영기 논란'은 끝나지 않았지만 논란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고광철 < 부국장겸 경제부장 g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