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품은 최고의 창의성과 영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세계 일급 발레리나들도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

모스크바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공연장인 볼쇼이 극장.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아나톨리 익사노프 극장장(57)은 객석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의 LED TV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볼쇼이 극장만 그런 게 아니다. 러시아의 유서 깊은 수도에 어둠이 깔리면 삼성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곳곳에 불을 밝힌다. 크렘린궁의 대통령 집무실 유리창 너머로 유일하게 보이는 광고판도 'SAMSUNG'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변방의 보잘 것 없는 흑백 TV 제조업체로 출발해 첨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TV,휴대폰을 아우르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성장사는 현대 경영사에서 최고의 기업역전 사례로 평가받는다. 1992년 D램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해 이름을 알리더니 1998년 LCD,2002년 낸드 플래시 메모리,2006년 TV 1위로 이어지는 대약진을 거듭했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세계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출범 첫해(3700만원)의 350만배 수준인 130조원.10년 전만 해도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소니와 마쓰시타를 제친 데 이어 이젠 세계 1,2위 기업인 미국의 HP와 독일의 지멘스까지 박빙으로 추격하고 있다. 성장의 원동력은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다.

김윤수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차장(43)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판매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에 러시아로 건너온 그는 지난해 단일 주재원으로는 최초로 연간 125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지난 8월엔 현지 부동의 1위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연내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옮겨간다는 김 차장은 "어떤 지역이든 자신 있다. 제품이 좋은데 뭐가 겁나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아 내 3대 전자양판점인 스브야즈노이의 구매담당 매니저인 스트리나듀욱 드미트리는 "유럽인들은 삼성전자를 보면서 중세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던 몽골 제국을 떠올린다"며 "이제 세계가 삼성의 뒤를 쫓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부정하면서 황무지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던 '노마디즘(nomadism)'이 삼성의 기업문화에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평가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인도 브라질 등의 신흥경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은 지난 40년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도전과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삼성은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모스크바=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