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기 위해 장만하는 '실버주택'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분양 당시 약속했던 시설을 설치해주지 않거나 분양 자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이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캠퍼스 내에 지어진 실버타운 '명지 엘펜하임'의 경우 명지학원 측이 당초 약속했던 9홀짜리 골프장을 지어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04년 10월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은 실버타운 옆에 9홀짜리 골프장을 지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홈페이지 TV 등을 통해 광고했다. 그러나 분양한 지 5년,입주한 지 3년이 됐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용학씨 등 입주자들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17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입주자 측 관계자는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이 실버타운을 선택한 것은 골프장을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용인시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확인해본 결과 골프장 인가신청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시행사 측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 분양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 소재 노인복지주택인 정동상림원의 경우 분양계약 체결 당시 60세 이상만 입주가능한 '노인복지주택'인지를 명확히 말해주지 않은 점이 쟁점이 되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건설되는 이 아파트는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지만 시행사 측은 초기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는 조모씨가 "노인복지주택인지 모르고 계약했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분양계약 체결 당시 노인복지시설이란 사실을 고지받았다면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아파트가 노인복지시설이란 것은 분양계약의 중요한 사항인 만큼 원고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명백히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난 9월 판시했다.

그러나 같은 법원 민사16부는 지난 8월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정모씨가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인복지주택은 시행사와 분양받은 사람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커서 부적격자들이 투기수단으로 이를 분양받았다"며 "노인복지주택이란 점을 완전히 숨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모르고 분양받았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