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로들과 국내외 석학 및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제2회 기업가 정신 국제컨퍼런스가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 주최와 지식경제부 후원으로 2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막됐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제 원로의 제언'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한국이 세계 12~13위의 경제대국으로 비약한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에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국민정서가 지배할 때 우리 경제는 계속 발전해 모두가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오늘의 반(反)기업정서에 전혀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99%의 기업은 생산과 고용 소득을 창출하는 주체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노사분규,사회질서의 동요,반기업 정서 등의 문제들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노조의 강성투쟁이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적대적 투쟁은 공멸의 길이고 화합과 협력은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일이 많았지만,이제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며 "게임의 룰을 보장하는 법치주의가 불투명하면 기업은 믿을 곳이 없고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근본 과제는 수출산업에서 중국이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공략하고,기술면에서 언제나 중국보다 앞서고,동남아 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은 컨설팅회사인 맥팔랜드 전략파트너스의 키스 맥팔랜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맥팔랜드 대표는 "7000여개 기업의 지난 24년간 성과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9개 기업 가운데 8개 기업에서 오너가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맥팔랜드 대표는 창업 단계를 돌파,성장한 기업들의 특성을 분석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브레이크스루 컴퍼니(Breakthrough Company)'의 저자다.

맥팔랜드 대표는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창업한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오너(경영인)는 떠나고 전문경영인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믿음이 뿌리 깊고,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5년간의 연구 결과는 이 같은 믿음과는 다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지,오너경영체제와 전문경영인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우월한지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일축했다.

맥팔랜드 대표는 "오너가 기업의 크기가 달라지는 데 따라 경영스타일을 바꾸고 비즈니스에 대한 요구에 적응할 수 있다면 전문경영인으로 대체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의 한 기업은 매출이 2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성장하는 수십년간 오너가 계속 경영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 스승인 피터 드러커도 한국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곳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던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한 나라의 문화를 종교나 국가가 구축했다면 지금은 기업가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