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2.9%(전기 대비)는 정부의 당초 예상치(1.0%)보다 1.9%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놀라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간 성장률도 당초 정부 전망치인 -1%대에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세계경영연구원 정책포럼 강연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연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의 내용 면에서도 점차 민간 부문이 바통을 이어받아 회복세를 이끌기 시작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여전히 금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험 정도가 줄어들었을 뿐 세계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자산시장 불안 소지，유가 상승，신종 플루 등 위험 요인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추석연휴가 지난해 9월에서 올해 10월로 이동한 데 따른 효과와 노후 차량 교체에 대한 세제 지원 등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해 성장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속내도 비쳤다.

재정부도 이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분기와는 달리 4분기에 당초 예상(전기 대비 1%내외)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연간으로 플러스 성장을 확신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따라서 향후 정책 기조에 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윤 장관은 "민간에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때까지 재정은 경기회복세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유지 방침을 밝혔다. 출구전략에 대해선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아직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민간 부문의 자생적 경기 회복력이 미흡한 수준인 데다 무엇보다 고용 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금리는 기본적으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몫"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아직 출구전략을 단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확실히 갖고 있음을 중앙은행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출구전략의 국제 공조 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국가가 일률적，기계적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지만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제각각 정책 대응을 한다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손상을 입어 결국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국제 공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제 여건이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부가 출구전략 국제 공조 원칙에 지나치게 얽매일 경우 정책기조 변화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