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방송과 國格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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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TV는 권력이다. 공중파TV는 특히 그렇다. 무명 배우도 드라마 한 편만 뜨면 하루아침에 스타가 돼 이름과 돈을 한꺼번에 얻는다. 드라마 주인공이 입은 옷은 물론 목걸이 시계 가방까지 불티난다.
'모래시계' 이후 국내 제일의 관광지 반열에 오른 정동진만큼은 아니라도 드라마 배경으로 알려지면 명소가 되고,음식점 역시 맛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나면 손님이 줄을 선다. 드라마는 허구요,리얼리티 프로그램조차 일정부분 각본대로 움직인다는데도 시청자들은 화면 내용에 몰입하고 따라하고 영향을 받는다. 연예인들이 스스로 공인이라고 자처하는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천편일률이 대중문화의 특징이라곤 하지만 국내 드라마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혼과 재혼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툭하면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여성 앞에 재력과 자상함을 갖춘 미혼남성이 등장,열렬히 구애하는 건 물론 홀로서기를 도와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혼이 늘어나지만 헤어진 사람들의 44%가 후회한다는 통계도 있다. 싱글맘의 삶이 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하지 않다는 건 여성가장들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가 입증한다. 그런데도 이혼만 하면 새 세상이 열릴 듯 그리는 것이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늘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고위직 여성은 그악스럽기 그지없다.
예능프로그램의 막말은 귀를 막아야 할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망가지거나 망가뜨려야 뜬다'는 분위기가 생겨나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소리지르고 행여 뒤질세라 서로를 헐뜯고 무시하고 짓밟는다. 얼굴과 키 등 외모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건 약과요, 누가 더 함부로 반말과 비속어를 내뱉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심지어 자식이 부모의 단점을 들춰내거나 대놓고 흉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 엄마는 괜히 아끼다 똥 되니 있을 때 써야 한다고 한다. 저번엔 할머니 몰래 옷을 사오다 들켰다"고 폭로하는 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지만 이렇다 할 처벌이 없어 힘을 쓰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 유치를 국격(國格) 제고의 계기로 삼자고 제의한 뒤 국격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고,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도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1인당 GDP도 중요하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도 중요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의 품격이 그렇듯 나라의 국격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수치만으로 높아지는 건 아니다. 대리만족에 부응한다는 미명 아래 현실을 오도하는 드라마를 양산하고,막말을 내뱉는 걸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식으로 평가함으로써 시청자를 멍청하고 가학적인 상태로 만들어가면서 국격을 높이긴 어렵다.
욕하면서 따라한다는 게 대중매체의 가장 큰 특성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배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국민 모두를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말로는 교양 운운하면서 막상 교양프로그램은 보지 않는 모순적 존재가 대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극적인 드라마와 예능을 내보내면서 교양프로그램을 보라는 건 달콤한 케이크와 매운 양파즙을 함께 차려놓고 건강에 좋으니 양파즙을 택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격은 언어,언어는 생각과 습관에서 비롯된다. 거꾸로 생각과 습관은 언어,언어는 인격을 만든다. 국격도 다르지 않다. 대중문화란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라고 말한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문화가 부정(不定)만 일삼는 지식인의 취향이 아니라 대중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뻔뻔스런 강탈행위다. "
'모래시계' 이후 국내 제일의 관광지 반열에 오른 정동진만큼은 아니라도 드라마 배경으로 알려지면 명소가 되고,음식점 역시 맛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나면 손님이 줄을 선다. 드라마는 허구요,리얼리티 프로그램조차 일정부분 각본대로 움직인다는데도 시청자들은 화면 내용에 몰입하고 따라하고 영향을 받는다. 연예인들이 스스로 공인이라고 자처하는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천편일률이 대중문화의 특징이라곤 하지만 국내 드라마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혼과 재혼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툭하면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여성 앞에 재력과 자상함을 갖춘 미혼남성이 등장,열렬히 구애하는 건 물론 홀로서기를 도와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혼이 늘어나지만 헤어진 사람들의 44%가 후회한다는 통계도 있다. 싱글맘의 삶이 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하지 않다는 건 여성가장들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가 입증한다. 그런데도 이혼만 하면 새 세상이 열릴 듯 그리는 것이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늘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고위직 여성은 그악스럽기 그지없다.
예능프로그램의 막말은 귀를 막아야 할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망가지거나 망가뜨려야 뜬다'는 분위기가 생겨나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소리지르고 행여 뒤질세라 서로를 헐뜯고 무시하고 짓밟는다. 얼굴과 키 등 외모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건 약과요, 누가 더 함부로 반말과 비속어를 내뱉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심지어 자식이 부모의 단점을 들춰내거나 대놓고 흉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 엄마는 괜히 아끼다 똥 되니 있을 때 써야 한다고 한다. 저번엔 할머니 몰래 옷을 사오다 들켰다"고 폭로하는 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지만 이렇다 할 처벌이 없어 힘을 쓰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 유치를 국격(國格) 제고의 계기로 삼자고 제의한 뒤 국격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고,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도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1인당 GDP도 중요하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도 중요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의 품격이 그렇듯 나라의 국격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수치만으로 높아지는 건 아니다. 대리만족에 부응한다는 미명 아래 현실을 오도하는 드라마를 양산하고,막말을 내뱉는 걸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식으로 평가함으로써 시청자를 멍청하고 가학적인 상태로 만들어가면서 국격을 높이긴 어렵다.
욕하면서 따라한다는 게 대중매체의 가장 큰 특성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배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국민 모두를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말로는 교양 운운하면서 막상 교양프로그램은 보지 않는 모순적 존재가 대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극적인 드라마와 예능을 내보내면서 교양프로그램을 보라는 건 달콤한 케이크와 매운 양파즙을 함께 차려놓고 건강에 좋으니 양파즙을 택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격은 언어,언어는 생각과 습관에서 비롯된다. 거꾸로 생각과 습관은 언어,언어는 인격을 만든다. 국격도 다르지 않다. 대중문화란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라고 말한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문화가 부정(不定)만 일삼는 지식인의 취향이 아니라 대중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뻔뻔스런 강탈행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