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유죄 판결로 황우석 박사의 인간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개의 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록 실형은 면했지만 도덕성에 치명적인 논문조작 사실이 인정돼 정부로부터 연구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안해 놓고 있는 동물복제 분야의 연구협력은 유지될 전망이어서 이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논문조작 알았고 간접 지시도"

재판부가 황 박사의 유죄 근거로 삼은 것은 연구비 편취와 난자 공급에 대한 불법 반대급부 제공이다. 검찰이 기소대상으로 삼지 않은 논문조작에 대해서는 유 ·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SK와 농협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황 박사가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 조작을 간접적으로 지시했거나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의 일부 기소 잘못을 지적,항소심에서 형량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남겨뒀다. 재판부는 "김선종 연구원처럼 검찰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공소장 변경도 하지 않아 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횡령액이 5억9000만원으로 (처벌이 더 강한) 특가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형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현상환 외부교수단장(충북대 수의대 조교수)도 "재판부가 논문조작,업무상 횡령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판단한 부분이 있어 항소를 통해 무죄를 입증할 방침"이라며 "실험을 통해 재현검증을 하면 될텐데 왜 허용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항소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인간 체세포복제 연구 재개 '먹구름'

황 박사는 지난 8월 법정 최후진술에서 "재판부에서 기회를 주시면 마지막으로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재기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유죄 판결로 국내에서 인간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재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2007년 12월 황 박사를 책임연구자로 지정해 연구승인을 신청했지만,보건복지가족부는 "황 박사가 비윤리적 · 비양심적 행위를 한 만큼 연구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의 심의 결과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승인을 거부했다.

더욱이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 '황우석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핵이식된 난자를 이용해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은 인정했지만,인간 체세포복제배아 기술과 관련해서는 독창성이나 진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물복제로 만회 노릴까

황 박사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미국 9 · 11사태 당시 구조견을 복제하는 등 복제동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원은 지난 8월 경기도와 당뇨병 치료제 생산을 위한 복제돼지를 공동으로 연구키로 하고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경기도는 이번 판결과 관련,"황우석 개인이 아니라 생명공학 연구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구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 단장은 "그동안 12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하고 수건의 동물복제에 성공해 인간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능력도 충분하다"며 "이를 폄하하고 재기할 능력이 없다고 단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자인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어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연구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계 일각에서는 황 박사가 연구를 재개한다 해도 줄기세포 연구 흐름을 뒤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교수팀이 인간의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발표하면서 인간 난자 사용으로 윤리문제가 제기되는 체세포복제 방식은 이미 '올드 패션'이 됐다는 견해다.

임도원/서보미/임기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