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주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재개로 '2차 상승' 기대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 등이 3분기에 원 · 달러 환율 하락에도 사상 최고 순이익을 올리자 외국인은 "이익 창출 능력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호평을 내놓으며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예상에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26일 "그동안 자동차주가 환율 하락에 따른 4분기 실적 부진 우려로 조정을 받았지만 현대차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이 같은 우려가 사실상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동차주가 이익 창출 능력에 비해 주가 수준이 아직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으로 다시 증시 주도주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사상 최고가에 바짝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개장 초 오름세로 돌아선 이후 줄곧 상승세를 지켜 16.94포인트(1.03%) 오른 1657.11로 마감했다.

현대차는 4.11% 뛴 11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11만4500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달 2일 세운 사상 최고가(11만8000원 · 장중)에 바짝 다가섰다. BNP파리바증권과 HSBC증권이 나란히 매수 주문 1,2위를 차지하며 64만주 이상의 매수 주문을 소화했다. 외국인은 이달 9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한 유럽계 증권사 법인영업담당자는 "운용 자산 규모가 전 세계 3위쯤 되는 '롱머니(장기투자펀드)'가 이날 대규모 매수 주문을 냈다"며 "이 펀드는 그동안 국내 자동차주를 거의 비워둔 상태라서 추가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1.91% 오른 1만8650원에 마감해 나흘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3년6개월 만에 기록한 역대 최고가(1만9200원)를 넘보고 있다. 임경근 노무라증권 상무는 "기아차는 실적 개선과 함께 지난해 말 12조원이던 순부채 규모가 올 3분기 말엔 10조원 아래로 줄어든 게 외국인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이틀 연속 4% 이상 뛰어 LG전자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8위에 올랐다. 전날 9.18% 급등했던 글로비스는 차익 실현 매물로 0.93% 하락 마감했다. 한 전문가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원하는 가격에 잡지 못한 투자자들이 나중에 글로비스에 매수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증시 주도주 복귀 기대 커져

시장에선 자동차주가 주도주 공백상태인 증시에서 다시 주도주 자리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2000년 이후 약 25조원을 국내외 공장에 투자한 과실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경우 탄탄한 내수 판매 실적과 해외 법인의 지분법이익이 급증해 분기당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센터장은 "연간 4조~5조원의 순이익이라면 현재 시가총액 25조원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국인에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LIG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20만원대로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이 1100원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점도 자동차주가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도 "환율 급락을 우려해 국내 수출주를 던졌던 해외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직 신중론도 나온다.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 조정 압력이 커진 데다 환율 하락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환율 움직임에 따라 자동차 종목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