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분기에 2.9%의 높은 성장률(전기 대비 기준)을 기록한 것은 기업들이 재고 감축을 그만하고 생산을 늘린 데 힘입은 바 크다. 여기에 신차 구매 등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성장률 서프라이즈(surprise)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같은 효과는 일회성 측면이 강해 앞으로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업들 생산확대 착수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기준 2.9%.미국이 쓰고 있는 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12%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이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GDP 규모를 회복했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재고가 줄긴 했지만 2분기에 비해 감소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전기 대비 성장률을 밀어올린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분기별 재고 감소액은 작년 4분기 9100억원과 올 1분기 7조7000억원,2분기 12조2000억원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재고를 처분함으로써 금융위기에 대응했다는 얘기다. 3분기엔 이 같은 재고 감소폭이 5조7000억원으로 둔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재고 감소폭은 2분기 감소폭에 비해 6조5000억원가량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3분기에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은 그간 기업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돼 생산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라며 "피부로 느끼는 경제활동의 변화보다도 지표 개선폭이 커지는 착시 효과가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가 회복 이끌어


3분기 성장률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소비 회복이다. 1분기와 2분기 성장세를 주도한 것이 정부지출이었다면 이제 바통은 민간소비로 넘어갔다. 정부소비는 1분기 3.7% 증가에서 2분기 1.1% 증가로 둔화된 뒤 3분기엔 0.8%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1분기 0.4%에서 2분기 3.6%로 크게 높아진 뒤 3분기에도 1.4%의 비교적 견조한 증가율을 이어갔다.

민간소비 회복의 핵심은 신차 수요. 새로 자동차를 살 때 주어지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은 지난 6월 말로 끝났지만 노후차량을 새차로 바꿀 때 부여되는 세제혜택이 여전한 데다 자동차업체들이 여러 종의 새 모델(쏘나타 SM3 등)을 내놓음에 따라 신차 구입이 늘어 민간소비 확대를 주도했다. 여기에 '해운대''국가대표'등의 영화가 대박을 터트림에 따라 오락문화의 증가율이 4.1%에 이른 점도 깜짝 성장에 꽤 보탬이 됐다. 이에 따라 성장에 대한 기여도도 내수가 3.9%포인트로 수출 2.3%포인트를 압도했다.

◆회복세 이어질지는 미지수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재고조정 마무리는 경기회복 초반 국면에 나타나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향후 수요가 늘어난다는 확신이 들어야 생산을 본격 늘리는데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상무는 특히 우리 기업들이 고환율 효과를 누려왔는데 이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고 유가 상승으로 인해 내수가 다시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고용이 여전히 불안한 탓에 소비 증가세가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민간연구소들은 4분기부터 성장률이 상당폭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도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기준으로 8.9%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8.7%의 마이너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