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600대 중반으로 올라서면서 펀드 환매 등으로 장기투자자금이 유출되는 반면 은행 예금의 증가세는 약해져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당분간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27일 '최근 시중자금 흐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사의 자금 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손실을 만회하거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펀드 환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말 해외 주식형펀드의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도 큰 환매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추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MMF 수익률이 은행 저축성예금 금리나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형 펀드나 MMF에서 빠져나온 돈이 은행으로 흘러가는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연구원은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재유치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판촉활동에 나섰지만, 지난해 10월 19조 원이던 정기예금 증가액이 11월에는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부터는 은행 고금리 상품이 줄어들면서 예금 유입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 연구원은 관측했다. 장기자금인 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이 정기예금 등 다른 장기자금으로 옮겨가지 못하면서 시중에 떠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단기자금 지표인 협의통화(M1) 증가율은 올 초 두자릿수를 기록한 뒤 지난 8월 18.5%까지 상승한 반면, 장기자금인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올 들어 둔화하는 추세다.

전 연구원은 "자금 단기부동화가 완화할 때까지 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유지하면서 신용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은행권도 부동자금을 중장기 자금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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