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소장 진수희)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어고등학교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불거진 '외고 폐지론'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날 간담회는 외고와 일반고 교장,교원단체 및 시민단체 관계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

◆'사교육 주범' 공방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대표는 "편법적 외고 입시 제도로 인해 중학교 단계에서의 사교육비 증가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외고 입시 제도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수 명지고 교장도 "외고가 학생선발 면접을 한다면서 국 · 영 · 수 시험을 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편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은 "외고의 선발방식은 지금까지 교육청 등의 지시에 따라 수도 없이 바꿔왔다"며 "지금껏 우리 마음대로 선발 방식을 정한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 교장은 이어 "선발 방식이 사교육 유발의 원인이었다면 감독청의 책임은 없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 교장은 또 "올해 입시에서는 중학교 교육과정에 관련한 어떤 내용도 묻지 못하게 했는데 그게 학생에게 더 어려운 것"이라며 교육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입시기관화' 논란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많은 학부모들이 '어학영재를 양성한다고 해놓고 왜 대학은 어학계열로 진학하지 않는가'라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위주의 외고 커리큘럼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박성수 명지고 교장은 "영어 외에 제2,3 외국어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전혁 의원은 "그만큼 좋은 학생을 뽑았으니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며 "진정 '좋은 학교'는 못하는 학생을 잘하게 만드는 학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외고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생들을 명문대로 보내고 있다"며 "모든 외고가 밤 10시 이전에 학생을 (집으로) 보내는 일이 없을 정도로 누구보다 학생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이어 "외고가 죄를 진 것처럼 몰아붙여 아쉽고,전문가 토론이 없는 외고 폐지론은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엔 어떻게든 해결해야'

참석자들은 외고가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된 만큼 이번엔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외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5~10년 후 외고 졸업생들이 파워엘리트 그룹을 형성할 경우 외고는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공룡 같은 존재이자 성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당 차원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정돈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며 "외고 스스로도 개선책을 포함한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