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하루 발생 환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선데다 어제는 고위험군도 아닌 건강한 20대 여성까지 신종플루로 사망하면서 불안이 더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환자만 6만여명에 이르고 의심환자로 진단 받아 타미플루 등 치료제를 처방받은 경우가 2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니 신종플루가 '사실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 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런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 담화문은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침착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과 신종플루 진료 및 대응요령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획기적인 비상조치나 대책 등은 빠져 있다. 일부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안심리 확산 차단(遮斷)에 주력한 셈이다.

사실 정부가 신종플루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대응 수준 자체를 상향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자칫 혼란과 불안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비상조치 등을 아직 검토하지 않는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그렇긴 하지만 이 정도의 대응으로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잠잠해질지 의문인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신종플루 확진 환자의 80%가 초 · 중 · 고교 학생들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부는 수능 대책을 포함, 학교에서 신종플루 발병과 확산을 줄일 수 있는 특단 대책을 서둘러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정부와 학교, 의료현장이 협조체제를 정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신속한 조치가 가능토록 각종 행정절차나 규제를 간소화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전염병은 속도와의 싸움이며, 이런 조치는 빠를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과도한 불안도 문제지만 안이한 대처 역시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