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27일 전국 거점 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다. 이날 접종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캐나다 중국 독일 등과는 달리 차분하게 진행됐다.

신종플루는 전날 5명에 이어 이날도 건강한 20대 여성 및 40대 여성을 포함, 4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담화문을 내고 학교 감염과 관련,"개별 학교 판단에 따라 휴업토록 하고 교육 당국이 휴업에 적극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분한 분위기…고열 등 일부 의료진 제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별관 지하1층 대강당.오전 9시부터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30m가량 줄을 선 채 접종 순서를 기다렸다. 이 병원은 직원 1300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28일까지 접종한다. 처음 주사를 맞은 김태형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직후 공람을 통해 직원들에게 접종을 적극 권유했다"며 "미국에선 의료진 접종률이 60%에 불과하지만 우리 병원은 알레르기 등으로 접종이 어려운 직원을 제외한 95%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이 먼저 접종하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신종플루 백신은 일반독감 백신보다 3배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방역요원은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감염내과 의사 이은정씨는 "독감백신은 10년 이상 안전성이 검토됐지만 신종플루 백신은 개발한 지 얼마 안 돼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도 28일까지를 일정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1600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손진국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아 다소 걱정되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 만큼 주사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의료원도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접종을 진행했다. 발열체크 후 체온 38도 이상인 의료진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정채용 홍보전산팀장은 "백신 접종 후 관찰실로 이동해 고열이나 무기력 등 이상 반응을 관찰하고 정상업무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임산부 접종해도 태아 영향 없어

독일에서는 정치인과 국민용 백신이 다르다는 '2등 백신' 논란이 불거지고 중국 캐나다 미국에서도 상당수 시민이 백신 안전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국내 생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임상시험을 충분히 거친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나 계절성 독감이나 바이러스 차이는 크지 않고 임상시험에서 안전하다고 판명됐다"며 "다만 독감 백신에 알레르기 증상 등을 보인 경우 접종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종합병원 전문의도 "신종플루 백신은 독감 백신과 같은 생산공정으로 만들어진다"며 "임신부에게는 보존제(방부제) 또는 항원보강제(면역증강제)가 포함되지 않은 1회 접종 주사기에 담긴 불활성화 백신이 접종되므로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 신종플루 백신 접종시 경미한 미열 발생이나 주사 부위 통증 등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일반독감 백신(70%)보다 낮은 40%대로 나타난 만큼 평소 건강한 상태라면 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6개월 이상 영유아의 경우 백신접종은 가능하지만 이달 말 소아 임상시험이 끝난 뒤 판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적극 대응 나선 정부

정부는 이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하루 평균 4000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고 한 주간 870개 학교에서 집단발병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를 믿고 예방수칙을 잘 지켜주신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학교 내 집단 발병과 관련,"등교 때 점검해서 증상을 보이면 치료 때까지 등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장관은 또 "타미플루 릴렌자 등 치료제를 10월30일부터 거점 약국이 아닌 모든 약국에서 조제받을 수 있도록 200만명분을 긴급 투입했다"며 "적정 유지분인 1100만명분을 연말까지 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개별 학교가 많이 퍼지겠다고 판단하면 휴업을 취하도록 할 방침이며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교육당국이 휴업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지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단일 학교에 대한 휴업기준과 동일 생활권 내의 학교들에 대한 휴업 및 휴교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수능시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의료인력 배치,격리 시험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김동민/정종호/이관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