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커피 산지는 남미 아프리카 아랍 동남아 등 여러 곳이고 종류도 수백 가지나 된다. 가장 비싼 커피는 인도네시아 야생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오는 '코피 루왁(Kopi Luwak)'이다. 자바 섬에 사는 이 고양이는 야자 수액과 커피 열매를 주로 먹고 산다. 커피 열매의 겉껍질은 소화하지만 딱딱한 씨는 배설물과 함께 그대로 내보낸다. 이게 코피 루왁의 원료다. 체내 효소분해 과정에서 떫은맛이 없어지고 아미노산의 쓴맛이 첨가돼 독특한 향을 낸다. 1년에 500여kg밖에 생산되지 않아 원두 1kg이 90만~100만원을 호가한다.
한국에 커피가 들어온 때는 19세기 말 께다. 1896년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황제도 커피를 마시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대략 25억잔이다. 이렇게 대중화됐지만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각성 성분인 카페인이 들어 있어 불안과 흥분,불면증 등을 유발하는데다 위장장애도 일으킨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렇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효능도 꽤 있는 모양이다. 태국 방콕에서 최근 열린 19차 국제영양학회에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아스트리드 네리그 박사는 "하루 2~4잔의 커피를 마시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27% 줄인다"고 주장했고,일본 규슈의대 고노 수미노리 교수는 혈당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닐 프리드먼 박사는 C형간염에 의한 간섬유화와 간경화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오랜 유해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 애호가가 줄지 않는 이유는 향이나 색이 워낙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커피의 본능은 유혹…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그 유혹에 너무 빠져들어선 곤란하다. 모든 게 그렇듯 적당히 즐겨야 탈이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