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 경총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노동부장관 등이 참여하는 노 · 사 · 정 6자 대표자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도의 내년 시행 문제는 6자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6자회의가 성사된 것은 양대 현안의 내년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던 노동부가 집권 여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오늘 개최되는 첫 회의에서는 의제 운영방식 기간 등의 개괄적 사안을 결정하고 앞으로 대표자회의 및 실무자 회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노 · 사 · 정 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꽉 막힌 노동현안 문제 해결의 돌파구(突破口)를 모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타결책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나은 선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회의 참가 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닌데다 그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만 달려온 점을 감안하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질질 시간만 끌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법 시행을 유예하는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감추기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다. 자칫 6자회담이 핑곗거리만 제공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997년 이미 법제화된 사안을 두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13년간이나 시행을 미뤄온 것은 누가 봐도 우스꽝스런 일이다. 특히 노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관행을 더 연장시키기 위해 노동계가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모양새가 사납다. 이런 관행은 전임자 숫자를 필요 이상으로 늘리고 노동운동을 과격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낳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더이상 억지를 부려선 안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새로 가동되는 노 · 사 · 정 6자회의는 노동 현안의 내년 시행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영세사업장에 대한 배려 등 보완책은 법을 시행하면서 마련해도 늦지 않은 만큼 큰 원칙에 대한 합의부터 서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