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쉼터에 거주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저축을 해온 노숙인 2명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27일 제46회 '저축의 날' 표창식에서 금융위원회상을 받은 이상서씨(68)와 박만덕씨(50)가 그 주인공.작년 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한 두사람의 저축이야기는 개미정신 그대로다.

2005년 봄.잘나가는 형틀목공이었던 이상서씨는 화투와 성인오락 등 온갖 종류의 도박에 빠져 살다가 가산을 탕진하고 노숙인으로 전락했다. 반년 가까이 종묘공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이씨가 거리상담을 나온 복지사를 만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는 2005년 7월 가나안쉼터가 운영하는 용산구 서계동 '샬롬의 집'에 입소한 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노숙인 저축왕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씨는 궂은 날도 마다하지 않고 개근을 하며 한 달 수입(110만~140만원)의 80~90%를 저축했다. 아침 저녁은 노숙인쉼터에서,점심은 일터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해결하며 3년7개월 동안 차곡차곡 모은 돈은 무려 3600만원.

이씨는 작년 12월 서울시의 노숙인 저축왕에 선정됐고,부상으로 서울시 '희망플러스통장'의 약정자격을 얻었다. 희망플러스통장은 매월 일정액(20만원 한도)을 저축하면 서울시가 같은 액수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자산형성 프로그램.이씨는 통장이 만기가 되는 2012년 봄 낚시용품점을 개업할 꿈에 부풀어 있다. 이씨는 "그때쯤이면 목표로 했던 6000만~70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며 "이를 종잣돈으로 삼아 멋지게 인생역전에 성공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만덕씨는 끊이지 않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노숙인이 된 케이스.10여년 전 두 아들과 함께 거리로 뛰쳐나와 우여곡절 끝에 여성 노숙인 쉼터에 입소했지만 두 아들은 고시원과 친구집을 전전하는 신세였다.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박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며 번 돈 130만원 중 80만원 이상을 매월 꼬박꼬박 저축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죽지 못해 살았는데 이제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만큼 희망이 쌓이는 것 같다"며 "조그마한 내집을 장만할 때까지 저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