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27일 은행의 '법정유동성비율(SLR)'을 기존 24%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SLR는 은행이 예금 가운데 정부 채권이나 유가증권 금 등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최소 한도를 말한다. RBI는 또 금융위기 이후 자유화했던 은행의 외환거래를 제한하고,수출기업에 제공하던 신용대출 비율도 현행 50%에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5%로 대폭 낮췄다. 시중은행들에 국채 투자를 늘릴 것도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해왔던 인도가 이제는 유동성을 일부 흡수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RBI는 올 회계연도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5%에서 6.5%로 조정했다. 두부리 수바라오 RBI 총재는 "인도 경제가 침체에서 빠르게 탈출하며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징후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산업분야의 지표가 최근 수개월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회복과 동시에 물가상승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RBI는 하지만 기준금리는 연 4.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수바라오 RBI 총재는 "중앙은행이 직면한 도전은 물가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기회복 기조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아직 금리 인상이라는 조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는 한국은행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왔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호주가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출구전략을 가동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