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니클로와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

이랜드가 국내 첫 글로벌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를 지향하는 '스파오(SPAO)'의 초대형 매장을 다음 달 25일께 서울 명동에 연다. SPA 돌풍의 일본 유니클로와 본격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랜드는 수입 브랜드들에 잠식당한 '패션 주권'을 30년 패션역량을 담아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스파오로 되찾겠다는 포부다.

3년 준비한 유니클로 극복전략

이랜드는 유니클로를 뛰어넘기 위해 3년간 5가지 전략을 준비했다. 우선 스파오 1호점을 명동 유니클로 매장 바로 옆에 잡았다.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스파오 1호점은 단일 매장으론 국내 최대(2875㎡ · 약 870평)다.

쇼핑뿐 아니라 가족 · 연인들이 여가와 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매장이다. 4층엔 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노래방과 SM소속 스타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에브리싱(Everysing)' 매장이,5층에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가 입점한다.

스파오는 10~50대까지 입을 수 있도록 12가지 카테고리로 1000여가지 스타일을 선보인다. 특히 3가지 전략상품은 유니클로의 히트상품들과 1 대 1 맞대결 구도로 잡았다. 2800만장이 팔린 유니클로의 '히트텍'에 맞서 '웜히트'를 내놨다. 웜히트는 이랜드가 개발한 소재로 공인기관 실험 결과,보온(온도상승) 효과가 6도로 히트텍(5.7도)보다 높다. 가격도 40% 낮게 잡아 이번 시즌 10만장 판매가 목표다.

겨울 주력상품으론 초경량 거위털점퍼로 유니클로의 오리털점퍼에 맞선다. 오리털을 쓰는 유니클로와 달리 스파오는 50% 비싼 고급 거위털을 사용해 프리미엄 아웃도어 제품의 품질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절반 수준인 9만9000원이다. 유니클로의 또 다른 히트상품 '브라톱'에 대항해 콜라겐 가공 이너웨어도 내놓는다. 콜라겐 가공으로 촉감이 촉촉하고,피부보호 효과는 물론 항균 · 방취기능까지 더했다.


◆"30년 패션역량을 담았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가장 하고 싶었던 사업이고,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스파오에 거는 기대를 밝혔다. 실제로 이랜드는 1980년대 국내에 본격 캐주얼 시대를 연 업체다. '남대문표'와 백화점 의류로 양분된 시절인 1980년 '이랜드',1983년 '브렌타노',1985년 '언더우드' 등 화려한 디자인과 고품질의 중저가 의류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명동 · 종로 등에선 이랜드가 운영하는 이랜드 · 브렌타노 · 언더우드 · 헌트 · 쉐인 등의 매장이 줄지어 늘어선 '이랜드 스트리트'가 생겨났고,심지어 '이랜드 매장 옆에 있으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집객효과가 대단했다. 당시 이랜드가 붙인 '맨투맨'이 지금도 후드티를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구김이 안 가는 '링클프리' 면바지도 이랜드가 최초로 상품화했다. 1989년 론칭한 '헌트'는 1993년에 월 100억원,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패스트패션을 시도했던 이랜드가 유니클로를 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