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금융의 주역이었던 산업은행이 55년만에 간판을 내렸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압축성장을 위한 개발금융을 제공하면서 경제적 근대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주도의 수출주력산업 육성을 위해 저리의 장기자금을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대규모 설비의 도입과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국내외에서 조달,공급하는 한편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와 항만 등 사회인프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구조개혁을 위한 창구 역할을 맡아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에 주력해왔다.

2000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성장을 이루고 국가 주도의 개발시대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산은도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평가와 함께 개편논의가 이뤄져왔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계적 금융그룹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국가 전략적 필요성이 유지되면서 민간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