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장을 새로 뽑는 선거 과정에서 기호 4번 박홍귀 후보(전조합원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와 기호 5번 김성락 후보(금속의 힘)는 크게 대비됐다. 우선 선거 벽보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중도 실리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박 후보는 작업복 차림에 정면을 직시하는 모습을, '강성 중의 강성'으로 꼽히는 김 후보는 머리에 띠를 두른 채 먼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을 각각 보여줬다.

두 사람은 지난 27일 1차 투표에서 다른 3명의 후보를 제치고 다음 달 3일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온건파와 강경파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은 일반 조합원들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끝없는 정치 투쟁에 대한 염증과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선거 공약은 '물과 불'이다. 박 후보는 투쟁적인 노사관계 청산과 금속노조의 지역지부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조합원 1만2000여 명으로부터 같은 안건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는 등 금속노조와 정면 충돌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끌려다니면서 투쟁만을 일삼는 대신 조합원 복지에 더 신경쓰겠다"는 취지다.

유세 과정에선 "국민 여론과 조합원 의식이 변하고 있는데 노동운동만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일방적인 정치 투쟁과 과도한 선명성 경쟁 때문"이라며 "노조가 앞장서 신차 품질과 생산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강경파인 김 후보의 공약은 정반대다. 기아차가 국내에서 만드는 차종을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못박고,상여금을 800%로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내 모듈공장을 짓는 한편 경기 광명시 소하공장에 미래형 자동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경영전략'까지 내걸었다. 금속노조와 공조하고 있는 그는 금속노조 대의원 및 중앙위원직도 맡고 있다.

3만여 명의 기아차 조합원들은 향후 2년간 노조 활동을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19년 연속 파업한 강성 사업장이 실용 노선으로 바뀔 수도,정치 파업의 선봉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앞서 실리주의를 택한 현대자동차 노조에 이어 기아차 지부장 선거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다.

조재길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