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1600선으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합해 1조4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증시는 힘없이 흘러내렸다.

20일 이동평균선(1637) 회복에 실패한 코스피지수가 60일 이동평균선(1626)마저 뚫고 내려서면서 중단기 이평선 간의 '데드 크로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중기 추세마저 꺾일 경우 가격 조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는 28일 두 달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밤 사이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나타낸 가운데 약보합으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매물 폭탄에 반등 한번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달러화 강세에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만 1조1697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전기전자업종(1444억원)에 집중되며 삼성전자(2.96%)와 LG전자(3.81%) 하이닉스(3.28%) LG디스플레이(3.94%)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 미국의 소비심리 회복이 주춤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면서 "4분기는 전통적으로 기업들의 가동률이 둔화되는 경향도 있어 투자심리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달러화 가치가 3일째 반등 흐름을 보이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26일 경제성장률 호전 발표를 계기로 선물을 대규모로 매입했던 외국인이 대거 청산에 나서며 지수의 하락 압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값싼 달러를 빌려 국내 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일부 관측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6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밀려남에 따라 단기 추세선인 20일선이 중기 추세선인 60일선을 뚫고 내려서는 '데드 크로스'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3차례 정도 60일선의 지지를 받던 코스피지수가 결국 60일선 아래로 밀려나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석 달째 횡보 양상을 보였던 지난 7월에는 두 차례 60일선의 지지를 확인한 이후 강하게 반등했지만 이번엔 거래량 감소를 수반하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60일선 붕괴 이후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면 60일선을 회복하는 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60일선 이탈 시 다음 지지선은 120일 이동평균선이 된다는 점에서 지수는 153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5조4577억원으로 연이틀 5조원대에 그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