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때 끝까지 망루에 남아 농성을 벌이며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 등으로 기소된 철거민들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28일 망루 농성을 주도한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2명에게 징역 6년을,가담 정도가 큰 김모씨 등 5명은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조모씨와 김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여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와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불법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관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법정 소란을 조직적으로 일으켰고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이던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해 재판부는 "농성자들이 망루로 진입한 경찰특공대를 향해 던진 화염병의 불길이 주변 인화물질에 옮겨 붙으면서 망루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체로 번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화재 당시 망루 안으로는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고 화재는 망루 바깥에서 발생하거나 망루 1층의 발전기 등에서 발생한 불꽃이 유증기로 옮겨붙었을 수 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농성 이틀 만에 무리하게 특공대를 투입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강대로변의 건물에 무단 침입해 옥상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등 위험한 농성을 벌이는 농성자들을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선고 공판 도중 이 위원장 등 피고인 2명은 "이건 재판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법정을 나갔다. 200여명의 방청객 중 일부는 "더 이상 재판을 볼 필요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다 1명이 감치됐다. 피고인 측 김형태 변호사는 공판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부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포기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항소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날 법원의 판결이 용산 참사와 관련한 피해자 보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철거민의 사망을 불러온 화재 원인으로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