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9일 미디어법 국회 처리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면서도 법안 자체의 효력은 인정함에 따라 민주당의 `백지화→재개정' 시나리오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후 즉각 절차적 위법성을 근거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이 `위헌시비 종결'을 내세우며 재개정 협상에 응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지난 96년 말 국회를 통과한 노동법 `날치기' 논란에 대한 이듬해 7월 헌재의 결정과 내용면에서 유사하다.

두 사안 모두 야당에 대한 권한침해를 인정했지만 법률안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 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청구는 기각했던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노동법의 경우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97년 3월 이미 여야가 정치적 담판을 통해 `3자개입 금지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노동법을 재개정한 상태여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이번 미디어법은 물줄기를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폐기법안과 재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협상에 응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법의 경우 내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물리적으로도 재개정이 힘든 상황이다.

실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이것으로 미디어법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게 옳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으로 여야간 극한대치가 예고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미디어법 재개정 문제와 예산안 심의를 연계하거나 원내외 병행투쟁 등의 강공카드를 꺼내들 경우 정치적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역점 현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야당의 기대다.

이 경우 지난 7월 미디어법 협상 결렬 직전에 나왔던 내용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여야는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신문사의 종편 및 보도채널 참여 기준 등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