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전문업체 국순당의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85 · 사진)이 양조전문학교 설립을 위해 국순당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국순당은 29일 배 회장이 국순당 보유 주식 106만3614주(5.96%)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주당 7380원으로 총 78억원 규모다.

배 회장은 주식 매각에 이어 국순당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며,주식 매각대금으로 양조전문학교를 세우는 데 전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양조학교 설립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배 회장이 서울 양재동에 운영 중인 '우곡양조연구소'를 확대 · 개편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배 회장의 차남인 배영호 배상면주가 사장은 "배 회장은 평소 지론인 양조전문가 양성에 여생을 바칠 생각"이라며 "수도권 인근에 양조전문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현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21세이던 1945년 대구농전(현 경북대 농대) 재학 시절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운영하던 양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계기로 술과 인연을 맺었다. 6 · 25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곤 60여년간 술 개발에 몰두해 온 전통주 장인이다.

배 회장이 국순당 주식을 처분하고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하지만 국순당의 경영 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 회장은 이미 200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통주 연구에만 전념해 왔다. 국순당의 경영은 장남인 배중호 사장이 맡고 있다. 또 배 회장의 주식 매각 이후에도 배 사장과 가족 명의의 지분이 47.75%에 이른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