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가 외국인의 저가 매수 유입에 모처럼 활짝 웃었다. 글로벌 해운회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 등으로 조선업황이 '턴 어라운드'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그동안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평가에 외국인이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조선주들은 30일 개장 직후부터 골드만삭스 UBS CS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외국인의 대량 '사자'주문이 쏟아진 데 힘입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은 1.22% 오른 16만6000원에 마감,8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시장컨센서스에 다소 못 미쳤지만 우려했던 것에 비해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장중 한때 5%대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도 4.32% 오른 2만2950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56% 상승한 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27일 싱가포르 선주로부터 초대형 벌크선 4척을 4억6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3억달러 규모의 유조선 수주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수주 모멘텀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도 1주일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세계 3위 해운회사인 프랑스 CMA-CGM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급락했던 조선주는 이달 들어 한때 반등을 시도했으나 TMT가 대만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추가 악재가 불거지면서 최근 1주일 사이에 15~20% 가까이 하락했다.

조선주의 강세는 이 같은 주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조선주를 바겐세일 기간에 쇼핑하듯 주워 담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장 마감 직후 독일 해운회사인 클라우스 페더 오펜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선박은 총 44척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용선 해운사인 클라우스 페더 오펜사는 최근 독일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스 페더 오펜사가 요청한 금액은 독일 정부의 승인 한계치인 1억5000만유로(약 2억2270만달러)를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조선업황이 여전히 바닥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적 호전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섣부른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윤/장창민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