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년의 기적] (5) (끝) 또 다른 도전 '비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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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Create…21세기 가치 창조 개척자 되겠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혁신으로는 부족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개척자가 돼야 한다. "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꺼내든 화두는 '꿈'이었다. 2020년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TV와 같은 단순한 상품만이 아니라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 돼야 한다는 것.
새로 지향하는 미래상은 'Inspire the World,Create the Future'라는 슬로건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슬로건의 핵심은 '영감(Inspire)'과 '창조(Create)'다. 기술과 마케팅으로 이를 수 있는 정점에 근접한 삼성전자가 10년 내 매출을 4배 확대하려면 '점진적 개선'이라는 기존 경영 방식을 '창조적 도전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 것이다.
◆꿈의 시대 정복자를 향해
삼성전자는 꿈의 시대를 대비하게 위해 계단식 전략을 준비했다. 첫 단계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TV 휴대폰 등 세계 1위권 사업의 '승자 독식' 구도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에 맞췄다. 다음 단계는 '확장'이다. TV와 휴대폰을 통해 얻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생활가전,컴퓨터,프린터 등 하드웨어 사업도 세계 1위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의 토대가 단단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개념의 신사업이 곁들여진다. 삼성전자의 신사업 로드맵은 '디지털 시대의 리더에서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자사업에 다른 신사업을 융합시켜 경쟁 기업들이 흉내낼 수 없는,'꿈과 가치가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사업 후보군으로 헬스케어,바이오칩,태양전지,의료기기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상품을 단순히 제조해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접목하는 종합 솔루션 사업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상품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치가 더해지면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보이지 않던 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창조적 역량 강화
삼성전자는 비전 2020을 이뤄낼 키워드로 '개방'과 '창조'를 제시했다. 연구 · 개발은 P&G가 하는 것처럼 외부 연구기관 및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내부 역량과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했다. 경직적인 '관리의 삼성'에서 탈피해 창조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마스터 플랜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래 지향적인 성과 보상 시스템을 만들고 외국 및 여성 인력 채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45% 수준인 해외 인력 비중을 10년 후에는 65% 선으로 확대하고,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도 850명에서 2000명까지 늘려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전자 단일 업종으로 수백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려면 창조적 리더십 구축과 함께 조직문화를 어떻게 혁신해 나갈 것이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일색의 사업구조에 그만한 규모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새로 키울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난제로 꼽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들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향후 좌표는 역량과 과제,숱한 도전과 기회가 맞물리는 입체적 '벡터함수'의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축제가 끝난 뒤 삼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과 불연속성이 득실대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