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미술계의 시선이 기업의 비영리재단들이 선정한 우수 화가 및 조각가로 쏠린다. 이미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거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미래의 블루칩' 작가들이 속속 탄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문화재단,에르메스재단,포스코 청암재단,한진해운 양현재단,삼천리 송은문화재단 등이 배출하는 유망 작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역대 수상자들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서다.

설치 작가 홍정표씨(34)는 삼성문화재단이 뽑은 올해의 젊은 '유망주'로 선발됐다. 삼성문화재단은 1996년부터 매년 유망한 젊은 작가 1명을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 작가로 선발해 약 50㎡(15평) 규모의 아틀리에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입주 작가로 선정된 홍씨는 회화와 입체,설치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작업이 안정적이고 뛰어난 감각의 스타일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내년 4월부터 1년간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 입주해 각국에서 모여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패션전문 업체 에르메스코리아가 주관하는 '2009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에는 설치 작가 박윤영씨(41)가 차지했다. 박씨는 그동안 영화를 비롯해 오페라,발레,소설,음악 등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 혹은 사건을 적절히 차용해 자신만의 새로운 내러티브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수상작 '검은 날개'역시 조카가 선물한 유리알에서 출발해 과거와 현실,가상의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를 병풍과 벽 작업 등으로 꾸민 설치 작품이다.

재단법인 양현(이사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양현미술상은 독일 출신 조각가 겸 설치미술가인 이자 겐즈켄(61)에게 돌아갔다. 겐지켄은 동물의 머리를 비롯해 형광 플라스틱,유리,우산 솔방울,콘크리트 블록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정치적이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담아내는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각가 이병훈씨(38)는 무려 17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박태준)의 공모전에서 '스틸어워드'대상을 안았다.

이 밖에 부부 미술그룹 뮌(최문선 · 김민선)은 송은문화재단(이사장 유상덕)이 주관하는 제9회 송은미술상 대상에 발탁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