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조정장에 '주식형 사모펀드' 입질
일반 법인이나 거액 자산가 등 '큰손'들이 주식시장의 단기 급락을 틈타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큰손 사이엔 이미 몇몇 투자자만으로 펀드를 만들어주는 운용사의 사모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21.60포인트(1.37%) 내린 1559.09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면서 1540선마저 내줄 위기에 몰렸지만 외국인이 1500억원 가까이 사들이며 낙폭을 크게 줄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지난달 27일 이후 5일 연속 90포인트나 빠지면서 종목별로 주가 수준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주식 매수 기회를 살리지 못한 투자자를 비롯해 남들보다 한발 빨리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 성격의 투자자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000억원 이상 뭉칫돈도 유입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 설정이 잇따르고 있다. 사모펀드엔 지난달 22일 하루에만 1200억원이 순유입된 데 이어 28일에도 1750억원이 들어왔다.

한화투신운용의 '한화성장사모7'은 지난달 22일 1200억원의 뭉칫돈을 끌어모았으며 지난주 '한국투자사모베이직'(500억원) '플러스롱런사모'(350억원) '미래에셋중소형사모'(300억원) '우리프런티어배당사모'(200억원) 등으로도 수백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지난달 유출 규모가 줄긴 했지만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간 것과 비교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사모펀드에는 전월보다 2배나 많은 2550억원이 순유입됐다.

사모펀드여서 정확한 투자자는 알 수 없지만 주로 보험회사와 공제회,일반법인 등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 증시 흐름과 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자금이 들어올 때는 기관이나 거액 자산가들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시장이 조정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 포착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 들어 증시가 오를 때마다 주식 비중을 줄여온 국민연금도 지난주 순수 주식형펀드 운용사 4곳을 포함해 2200억원의 자금을 굴릴 6개 운용사를 선정하겠다는 공고를 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관들이 여전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있는 기관들은 초과 수익을 올리기보다 일단 얻은 수익을 챙기고 보려는 성향이 강해 대규모로 투자할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직접 투자 문의도 늘어

우리은행 강남PB센터의 한 직원은 "지난주 후반 이후 주식 직접투자 시점을 상담해 오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며 "초우량주들도 고점 대비 20% 정도씩 하락하자 '바이 앤드 홀드'(사서 보유하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거액 자산가의 관심은 '승자 프리미엄'으로 올 들어 큰 폭으로 오른 후 최근 급락한 국내 대표 블루칩들이 대상"이라고 이 직원은 귀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내 종목 중 삼성SDI는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찍은 지난 9월22일보다 21.2%나 하락했다. 현대중공업(-18.93%) 하이닉스(-18.14%) LG(-16.04%) LG전자(-15.95%) LG디스플레이(-15.25%) 등도 이 기간에 15% 넘게 내렸다.

코스피지수가 주요 지지선에 근접해 기술적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1550선은 120일선이 위치한 데다 국내 증시의 하락 때마다 주요 지지선이던 주가수익비율(PER)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