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 · 인재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 컨설팅이 2일 제시한 '회복기 인재관리법'의 핵심은 '유비무환'이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불황기에 몸을 사렸던 인재들이 이직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319개 기업 (연간 매출액 5억달러,종업원 5000명 이상)의 경영진 인사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핵심 인재의 절반가량(49%)이'경제가 회복되면 회사를 옮기겠다'고 대답했다.


◆턴어라운드 시기 인재관리 전략 준비

조사에 참여한 경영진들은 현재 경기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실시했던 조사 결과와 비교해볼 때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으며,그 폭 또한 3월 32%에서 5월 18%로 급감했다. 또한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이 1월 5%,3월 8%,5월 16%로 점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증가함에 따라 경영진들은 완전한 경기 회복 이후 시기에 대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영진들이 주요 이슈로 '비용절감'을 꼽고 있으나,이 같은 응답은 3월 63%에서 5월 56%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인재관리'를 주요 이슈로 응답한 경영진의 비율은 1월 27%,3월 30%,5월 33%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젊고 유능한 선수급 인력을 붙잡아라

불황기에는 인력 감축,즉 타의에 의한 수동적 이직이 많지만 경기 회복기에는 인력 이동,즉 자의에 의한 능동적 이직이 많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절반가량(49%)이 이직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며,45%만이 현 직장을 다니겠다고 응답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30%는 이미 새로운 직장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경기가 회복될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불황기가 끝나고 나면 유례를 찾기 힘든 '레주메(이력서)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핵심 인재의 이직 의사가 일반 직원의 이직 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산업조직심리학 교수 그리페스와 델라웨어대 심리학 교수 가트너가 저널오브매니지먼트에 기고한 200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40%의 직원들이 핵심 인재의 이직 의사가 자신들의 이직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와 Y세대 등 젊고 유능한 선수급 인력 유지가 강조되는 대목이다. 김병전 딜로이트 서울지사 전무는 "보고서와 이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핵심 인재가 움직이면 일반 직원들도 동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30~40대 실무연령층을 묶어둘 수 있는 강력한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하는 것을 알아야 원하는 것을 준다'

기존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경영진이든 직원이든 더 높은 연봉과 더 많은 보너스를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3%가 기존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가적인 보너스 등 재정적인 혜택을 선택한 사람도 41%에 달했다.

하지만 세대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영진이 생각하는 것과 인재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에는 괴리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30~40대 실무층에 대해서 경영진은 '유연한 근무시간'을 연봉과 보너스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인재들은 30% 이상이 '승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5~64세 사이의 세대에 대해 경영진은 '추가적인 복지 혜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봤지만 '강한 리더십'이라고 응답한 인재들이 41%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분석은 인재들이 왜 이직을 생각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빼앗기고 후회하기 전에 준비해야'

인재와 경영진의 '동상이몽' 못지않게 경영진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 회복 후 인재 유지를 위한 계획에 대한 질문에 '현재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응답한 경영진은 38%에 불과했다. '개발 중'이라는 응답은 38%였으며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20%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재 이탈이 확대될 경우 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영진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가량(44%)이 '자발적 이직이 회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17%였다. 하지만 인재의 이직 후 대체 비용은 인재 자체의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고객 관계,업무 생산성,업무 경험 및 숙련도,신규 인력 채용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직원 연봉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 전무는 "이와 같은 '오해'가 계속될 경우 인재는 떠날 것이고,회사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며 "결국 경기가 회복되면 될수록 인재관리를 잘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수익성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