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공포에 짓눌려 있다.

지난주말 뉴욕증시 급락과 미국 금융기관인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하면서 2일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7.45포인트(2.37%) 내린 1543.24로 급락 출발했다.

낙폭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의 중심에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도 30.22로 22% 급등했다. 이는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불안감이 커진 이유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주식시장에 만연된 이 같은 공포가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이 투자주체들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가 추세적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대 1500선까지 단기적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지지력을 나타내던 코스피지수 주요 지지선이 지난주 잇따라 무너졌다"면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한 달동안 5.5% 하락해 월간 기준으로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직전 3개월 동안의 상승률이 20.4%, 3월 이후 상승률이 57.4%라는 점을 감안하면 10월의 조정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가 투자심리 악화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불안정한 변동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주도 지난주에 이어서 선물시장에 크게 휘둘리는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단기에 100포인트 가까운 급락을 감안하면 하락압력의 완화나 주초반 기술적인 반등도 기대되지만 반등이 나오더라도 현재와 같은 투자심리 아래에서는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장 접근은 당분간 안정세 회복 여부를 관망한 이후로 미루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를 저가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돼온 이슈로, 전혀 새로울게 없는 것"이라며 "대형 금융사라면 몰라도 CIT그룹 파산신청은 미국 금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미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이날 코스피지수 급락은 체력적으로 약해진 주식시장을 근거없는 공포가 강타한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불안할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나 저가메리트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두가지 전략이 활용될 수 있지만 후자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시장에 '피'(blood)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 '피' 중 일부가 당신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팔고 있을 때 사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매입할 때 팔아라"

최근 방한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튼(Bolton·59)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포로 인해 피가 낭자하고 있는 주식 시장이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4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방향성 여부에 달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식 시장의 공포를 보수적으로 대응한 측과 공격적인 저가매수 기회로 삼았던 측의 승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