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 문턱에 선 요즘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과격하게 운동하면 자칫 무릎이 손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체 근력이 약한 데다 추위와 건조함으로 탄력을 잃은 무릎연골에 감당할 수 없는 하중이 가해진다면 무릎의 반월상연골판이 다치기 쉽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의 위뼈(대퇴골)와 아래뼈(경골)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물렁뼈로 무릎의 내측과 외측에 각각 존재한다. 무릎 위 아래 · 뼈 간의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관절 내 고유감각 등을 관장한다. 하지만 운동이나 낙상 등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찢어질 만큼 부드럽고 약한 조직이라서 최근엔 스포츠 선수나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축구 농구 인라인스케이트 등의 스포츠 활동을 하다가 부상을 입는 일이 잦다.

연세사랑병원 강남점 관절내시경센터 조승배 과장은 "반월상연골판 손상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상이 나아지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의 호전은 치유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번 손상된 반월상연골판은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찢어진 채로 남아 만성적인 통증,무릎 안에서 뭔가 걸리는 듯한 이물감,자주 무릎이 붓는 현상 등을 초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머지 반월상연골판,관절연골 등이 추가적으로 손상되고 결국 수개월 내지 수년 후에 악화된 상태로 병원을 다시 찾는 경우가 흔하다.

이 병원 강북점 관절내시경센터 박영식 원장은 "뼈에는 신경세포가 있어 손상을 입으면 통증을 느끼지만 연골은 신경이 없어 무릎 위 아래 뼈가 맞부딪칠 때 비로소 통증을 느끼며 혈관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 치유력이 없다"며 "연골판을 손상된 채로 방치하면 신체 하중의 충격이 그대로 무릎에 전달돼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상이 나타나면 처음부터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진단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내시경 등을 통해야 확실하다. 연골판은 연골성분으로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으로는 보이지 않아서다. MRI는 무릎 관절 내부 구조뿐만 아니라 관절 주변의 힘줄이나 인대 등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낼 수 있다. 내시경은 침습적이긴 하지만 관절 안을 MRI보다 정확히 판단하고 동시에 치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본적인 치료는 파열된 반월상연골판을 부분 또는 전부 절제하거나 봉합하는 방법이 있다. 봉합해주는 게 여러 모로 좋으나 이런 경우는 전체 연골판 파열의 5%정도에 불과하다. 또 다친 지 한달 이상 지나면 봉합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연골손상이 동반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손상 범위가 넓어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뼈연골(골연골)까지 손상됐거나,선천적으로 연골판이 없는 경우에는 '연골판이식술'이 최선이다. 이 수술은 이식 받을 환자의 반월상연골판의 크기를 엑스레이로 측정한 후 적합한 크기의 인공 반월상연골판을 외국에서 수입해 관절내시경을 통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수술에 1시간 남짓 소요되며 수술 후 6주간의 고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조직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반응이 우려되면 자기 조직을 쓸 수 있다. 연골의 손상 부위가 2㎠ 이하인 경우엔 주로 '자가골연골이식술'을 시행한다. 체중이 실리지 않는 환자 자신의 건강한 무릎 부위에서 연골과 뼈를 함께 채취,손상된 부위에 이식해주는 방법으로 회복이 빠르고 비용이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보다 저렴하다. 입원기간은 2~3일,수술 다음 날 목발보행이 가능하며,시술 3~4주 뒤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2㎠ 이상인 경우에는 자기 연골세포를 조금 떼어내 체외에서 증식,배양한 뒤 환부에 주입하는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쓸 수 있다. 이식거부반응 등의 부작용이 없고 이식 후 생착률이 90%를 넘는다. 일단 재생되기만 하면 반영구적으로 자신의 연골과 관절이 되기 때문에 수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