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중소기업 대출 전문금융사인 CIT그룹이 1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CIT의 파산보호 신청은 리먼브러더스와 워싱턴뮤추얼,월드컴,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자산으로 따져 미국 역사상 5번째 규모로, 수천개의 거래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특히 자구 방안을 담은 사전 조정(prepackaged)파산보호를 신청한 만큼 금융사인 CIT가 파산보호 제도를 통해 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1년 역사의 CIT그룹은 71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650억달러의 부채를 가진 미국의 20위권 금융사이다.작년 말 연부정부의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TARP)에서 2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CIT는 지난 여름 부실 증가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 정부는 구제를 거부했다.이후 CIT는 채권단과 300억 달러의 규모의 채무에 대한 상환 재조정 작업을 벌여왔으나 실패했다.5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8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CIT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작년 말 투입된 23억 달러의 공적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는 채권 회수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가치를 대부분 잃게 되기 때문이다.연방정부가 금융사에 지원한 구제금융의 첫 손실 사례가 나온 셈이다.법원에 제출한 자구 계획에 따르면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자들은 달러 당 70센트를 보전받게 된다.회사측은 사전 조정없이 파산 신청을 할 경우 채권 보전 비율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뱅크어브아메리카와 뱅크오브뉴욕맬론 등 주 채권단의 피해가 예상된다.

CIT는 90%의 채권자가 사전조정 파산계획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100억달러의 채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다.또 앞으로 2개월 정도의 기간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정상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대출로 자산을 불려온 제프리 피크 최고경영자(CEO)는 연말 이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한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동안 은행을 국유화하는 데 실패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정부가 은행권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대출을 재개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