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아시아 IB(투자은행)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고 새로 홍콩 등에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거점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아시아를 무대로 한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기업인수 · 합병(M&A) 등 IB부문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주력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춤했던 아시아 IB시장 진출이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 태국 · 베트남證 인수 추진

우리투자증권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현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증권사를 이미 인수했기 때문에 이번 비즈니스가 마무리되면 아시아 증권사는 4개로 불어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2일 "이들 나라의 자본시장이 한국의 1980년대 중반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 기회도 많다"며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도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인도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싱가포르에 세운 IB센터를 아시아 IB사업의 거점으로 활용해 사업전략을 다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예전부터 별러온 베트남 증권사 인수를 조만간 확정짓는다. 베트남의 100개 증권사 가운데 20위권에 드는 회사를 골라 인수한 뒤 10위권으로 키울 계획이다. 인수대상을 압축해 협상을 진행 중이며,연내에 성사시킬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현지화'가 아시아 IB시장 공략에 유용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한국 증권사들은 아시아 IB시장에서 미국 유럽 등 해외 IB에 비해 지리적 · 문화적 이점을 누릴 수 있고,한국의 대외신용도나 자금력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데 부족하지 않아 아시아 IB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화와 함께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IB비즈니스도 증권사들의 주력 사업이다. 정 대표는 "기업과 IB는 수레바퀴의 양축처럼 서로 의지해 굴러간다"며 "증권사들은 포스코를 비롯해 아시아에 속속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IB 업무를 지원하면서 아시아 IB시장에서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홍콩 등에 거점 강화

현지법인 설립 등 거점을 확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상하이와 홍콩에 사무소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베이징에 사무소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8월 홍콩법인을 아시아 IB 전초기지로 확대 개편해 연말까지 현지 인력을 50명 이상으로 늘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2~3년 내에 중국에 거점을 마련하고,인도 등에도 진출해 아시아의 '리저널(지역) IB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며 "아시아 IB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지역에서 톱 플레이어가 되면 글로벌 IB들과 충분히 겨뤄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시아 IB시장에서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현지 기업들의 국내증시 상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IPO 주관사 계약을 맺은 외국기업은 41개사로,이 가운데 중국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 기업이 30개에 달한다.

한편 아시아 IB시장(일본 제외)의 리그테이블(증권사별 실적순위)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일부 성과를 올려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IPO 유상증자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포함한 ECM(주식자본시장)부문에서 대우증권이 14위,우리투자증권이 19위에 올랐다.

장경영/김동윤/조진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