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정의 최고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일자리 문제는 이제 시대의 핵심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인,기업인,학자 모두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을 말하고 있다. 기업은 채용을 전년보다 늘렸다고 한다. 정부는 과감한 지출정책으로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20대 일자리 숫자는 지난 8년 동안 계속 감소해 오고 있으며 2005년 이후부터는 20대 인구 감소폭보다도 더 빠르게 줄고 있다.

모두가 일자리 해결을 외치고 나서는데 왜 상황은 더 나빠지는 걸까. 다들 문제의 핵심 원인을 애써 외면하며 주변적 해결방안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 원인은 노동조합의 권력화,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그리고 문제회피적 기업경영이다. 이 세 가지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합원 절대 다수가 대기업,금융,공공부문 등 독과점적 구조를 가진 분야에 집중돼 있다. 노동조합은 이들 기업의 전반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의 틈을 파고 들어 경영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권력으로 자리잡았다. 월급은 올리고 인사는 평준화시켰다. 근무가 엉망이어도 해고는 노동조합 동의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초기업 차원에서는 정치권과 연대해 정치권력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원죄가 있어서인지 지난 20여년 동안 이른바 '약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정치의 관념 속에 고용주는 강자였고 근로자는 약자였다. 약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수없이 많은 규제법이 만들어졌다. 결과는 노동법 제도의 심각한 경직화였다. 높은 임금에 더해 이제 고용주는 각종 부담금과 분담금을 지출해야 했다. 노동비용은 급상승했고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의 기본 원칙인 생산성과 노동비용의 등가성이 파괴됐다.

기업은 본래 대결을 피해가려는 속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기업은 노동문제에 있어 지나치게 회피주의로 일관했다. 노동조합의 명백한 불법 파업도 돈 주고 해결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주고 그 비용의 일부는 협력업체에 전가시키고 일부는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20년을 지내다 보니 이젠 고임금을 받는 중년사원만 있고 젊은 피는 부족한 조직 노화에 시달리게 됐다.

일자리 문제가 안 풀리는 이유는 원인과 해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 해결하려는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점적 노동조합의 폐해를 알고 있지만 이를 고치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노조에 '찍힐까봐' 두려운 것이다. 경직적인 규제를 푸는 법 개정이 시급함에도 정치권은 논의에 부치는 것조차 꺼려한다. 거센 반발을 헤쳐나갈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회피하는 사이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일자리뿐 아니라 기업경쟁력도 어려워지고 잠재성장률도 내려갔다.

문제 해결에 책임지고 나서야 할 곳은 정치권과 기업이다. 노동조합은 원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책임 지울 대상은 아니다. 일자리는 생산성과 노동비용의 등가성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돼 있다. 국회는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두텁게 끼어있는 노동규제의 거미줄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기업은 노동조합을 두려워하지 말고 경영권을 당당히 행사해 인사제도를 정상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법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책임있는 주체들이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하면 일자리 문제는 어렵지 않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