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준정부기관들의 경영 상황이 지난 1년 동안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책사업 실행 과정에서 채권발행을 늘린 것 등이 주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재무구조 악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국회에 제출한 공기업(24개) 및 준정부기관(77개)의 2008 회계연도 결산서를 보면 이들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19.7% 늘었지만 순이익은 53.3%나 급감(急減)했다. 또 총자산은 14.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총부채는 25.6%나 늘었다. 부채 비율 또한 급격히 높아져 공기업의 경우는 전년의 107.2%에서 133.4%로, 준정부기관은 93.8%에서 105.3%로 뛰어올랐다.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안정성까지 크게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개별 기업 및 기관별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전기료 인상 지연으로 대폭적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의 경우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게 한두 곳이 아니다. 철도시설공단 환경관리공단 지역난방공사 등은 영업이익 대비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자본잠식 또는 부채비율이 1000%를 상회하는 곳도 대한석탄공사 컨테이너부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과학재단 등 10여곳에 이른다.

공기업 경영의 부실 · 방만함은 어제 오늘 지적돼온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큰 폭으로 후퇴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이다. 감독 당국은 "부채와 함께 자산도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재정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지만 공기업 부실은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보면 국민부담 증가로 연결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공기업 경영합리화를 위한 고삐를 바짝 조이지 않으면 안된다. 일련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경영상황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대책 마련을 게을리해선 안될 일이다. 필요하다면 통폐합 대상을 늘리고 민영화 대상을 확대하는 등 특단의 대책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