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SC제일은행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에드워즈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SC제일은행장(55)이 다음 달 물러난다. 후임에는 리처드 힐 재무 및 전략 담당 부행장(45)이 내정됐다.

SC금융지주는 3일 이사회를 열어 12월17일부터 힐 부행장에게 대표이사 겸 은행장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피터 샌즈 SC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에드워즈 대표는 부임 후 한국에서 견고한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했다"며 "힐 부행장이 그의 뒤를 이어 SC그룹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엑세터 대학에서 의료물리학을 전공한 힐 내정자는 19년간 와인 및 주류업계에서 영업 마케팅 재무 등을 담당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6년 SC그룹으로 옮겨 싱가포르 주재 SC그룹 소매금융본부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을 지냈으며 지난해 1월부터 SC금융지주와 SC제일은행 CFO 및 전략 담당 총괄 부행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힐 내정자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내 축구시합 때도 행원들과 같이 뛰는 등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사내에서 평판이 좋다"고 전했다. 힐 내정자는 평소 한국 금융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국내 금융인들과의 네트워크도 잘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준비된 CEO'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소매금융에만 치중해 온 그간의 은행 경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에드워즈 대표는 현역에서 물러나 SC금융지주 및 SC제일은행 이사회 부의장(비상임)을 맡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에드워즈 대표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올해까지만 일한 뒤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비쳤다"며 "올초부터 힐 부행장이 대표직을 승계받는 걸로 그룹 내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에드워즈 대표는 2005년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초대 SC제일은행장을 맡았던 존 필 메리디스의 뒤를 이어 2007년 10월부터 SC제일은행을 지휘했다. 타행에 비해 비효율적이라 평가받던 SC제일은행의 조직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본점 부서와 직원수를 30%씩 줄이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 힐 내정자가 담당했던 CFO 업무는 앞으로 제니스 리 재무기획 부행장이 맡게 된다. 리 부행장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와 하나로텔레콤에서 CFO를 지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