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줄이기에 발벗고 나섰다. 사장 직속으로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막기로 했다. LH가 재무구조 개선을 서두르는 것은 금융부채가 석달 만에 17조원이나 늘어나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3일 LH에 따르면 LH의 총 부채는 지난해 말 85조754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01조3266억원으로 18.2% 늘었다. 이 가운데 토지매각 선수금 등 회계상 부채를 제외한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55조787억원에서 6월 말 67조2815억원으로 22.2% 급증했다. 이는 자본총액(20조2875억원)의 332%에 해당한다.

9월 말 현재 금융부채는 더 늘어나 84조원이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개월 만에 무려 17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금리를 연 4.5%로 계산할 경우 이자만 하루에 103억원씩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LH는 옛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벌여놓은 국민임대주택 등의 사업 때문에 연말까지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H는 부채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보금자리주택 단지 조성에 차질이 우려되자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LH는 회사 내 재무담당 직원과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15~2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곧 선임할 예정이다. 특히 위원회는 '선(先)재무 · 후(後)사업 계획수립'을 제도화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장기 미착수 사업은 과감하게 손을 터는 등 사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LH 관계자는 "재무개선위원회는 정부의 금융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LH의 재무상황을 진단해 처방전을 내놓으면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H의 매출과 순이익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7조6375억원으로 지난해 전체(16조9000억원)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순이익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는 4955억원에 그쳤다.

한편 LH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관투자가,신용평가기관,증권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최초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채권발행을 염두에 둔 행사다. 배판덕 LH 경영지원부문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은 499%로 재무구조가 열악하다"며 "하지만 분양선수금 등 회계상 부채와 국민주택기금을 제외한 순수 외부차입은 45조원으로 부채비율이 22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LH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 및 토지의 장부가치만 177조원에 달하고 실질가치는 그보다 더 높아 재무구조가 건전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현재 보유 현금만 3조원에 달해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며 "다만,토지매각 대금 등의 자금회수에 시일이 걸리고 보금자리주택 등 정책사업을 하는 데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