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단기간에 글로벌 '빅5'로 오르자 외신들은 '기적'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일본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 · 기아차가 도요타의 경쟁 상대로 떠오른 것 자체를 의아해했다. '무엇이 현대 · 기아차를 강하게 만들었는가' 이것이 의문의 요체다.

강력한 오너십이 해답일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인재에서 답을 찾는다. 1999년 기아차와 통합,한국의 자동차 핵심 인재들을 한우물 안으로 끌어들인 것을 비롯해 글로벌 인재를 끊임없이 충원한 것이 '기적'의 동력이란 얘기다.

◆현대 · 기아차만의 인재상

'창의,도전,열정,협력,글로벌 마인드'.현대 · 기아차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이 가운데 유달리 강조하는 것이 바로 '협력'이다.

현대 · 기아차 임직원들은 어딘가 모르게 끈끈한 힘으로 뭉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국계 회사가 보기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다.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과도 관련있다. 자동차가 2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듯이 누구 하나라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고장난 차처럼 경영 목표에 이를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영하 40도의 혹한에서건 영상 60도의 폭염 속에서건 자동차 부품들은 서로 유기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몽구 회장의 지론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면서 현대 · 기아차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필요도 한층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부터 매년 미국과 유럽 현지 유명 대학의 석 · 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해외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만든 디자인 연구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유망 디자이너들을 영입,현대 · 기아차의 디자인 약진을 가능케하고 있다.

핵심 인재 영입과 관련해선 경영진의 의지도 대단하다. 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를 한식구로 맞이한 데엔 당시 기아차 사장을 맡고 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공이 컸다. 아우디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던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슈라이어 가족과 먼저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했다고 한다. 삼고초려의 정성을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글로벌 경영의 주축이 될 글로벌 지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3년간 총 100명 이상을 선발하기로 했다.

최종 선발된 인력은 중국,인도,러시아,체코,슬로바키아 등 현대 · 기아차의 전략적 거점 국가에서 영업,마케팅,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연구 · 개발 인력 육성에 있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03년부터 이공계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장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2004년에는 산 · 학협력을 통한 차세대 자동차 핵심기술 개발과 자동차 전문 연구인력 육성을 위해 서울대에 차세대 자동차 연구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현장형 신입 사원 교육

일반 직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신입 사원 교육만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장에 바로 투입해도 직무에 적합할 만한 인재를 양성한다.

신입 사원 교육은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교육과 5주간의 집합교육,부서 배치 후 현업에서 이뤄지는 직무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5주간의 연수 기간 중엔 현대 · 기아차그룹 경영 이념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자동차의 설계,생산,판매,정비에 이르는 전반적인 내용을 학습한다.

이 밖에 평직원을 위한 교육은 어학,컴퓨터,직무 등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임원들의 경우 비전 제시,성과 관리,솔선수범,직원 육성,의사 결정 등 다섯 가지 원칙에 근거해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