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인 만큼 인재육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4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10개의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며 계열사 임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지속적인 성장과 위기 대응을 위한 회사의 핵심 역량은 휴먼캐피털(human capital),즉 인적 자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직원들이 곧 회사'라는 최 회장의 경영관에 따라 SK는 인재육성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의 인재육성 시스템은 철저하게 생생한 현장교육으로 이뤄져 있다. 창의적인 사고로 주도적으로 계속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체험과 토론'을 교육의 핵심요소로 삼고 있다.

◆글로벌 채용시스템 구축

SK는 그룹 가치 제고를 위해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국내외 우수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영어 · 중국어 등이 지원되는 상시 채용 포털사이트(www.skcareers.com)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채용사이트는 국내 대졸 신입사원 공채 위주였던 기존 사이트와 달리 다국어를 지원,영어권과 중국어권 입사 지원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언어권별 특성에 맞게 해당 언어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면접관과 피면접자가 개인 컴퓨터로 사이트에 접속,웹 카메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다. SK 계열사와 해외법인들은 국적과 지역,시기에 상관없이 이 사이트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영학 석사(MBA) 및 해외 연구개발 분야 석 · 박사 채용,중국 우수인력 채용 등에 포털사이트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SK는 국내외 우수 인재를 채용 · 관리하고,글로벌 인력 기반을 구축하는 전담조직인 'Global Talent Management(GTM)'를 SK㈜에 만들고,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 등 미국 주요 기업에서 26년 동안 인력관리 업무를 전담했던 린다 마이어스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미래 CEO 양성 주력

1994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임원 전문 육성제도 'EMD(Executive Management Development)'도 SK만의 특화된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EMD는 SK 각 계열사의 경영을 담당할 최고 경영자를 조기에 발굴,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제도다. 임원자격요건,평가 · 선발,개발 · 육성 등 교육은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임원교육에는 직속상사 이외의 상사나 신망 두터운 퇴임 임원,저명학자 등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멘토링 시스템도 활용된다.

미니 MBA 코스인 '선더버드(thunderbird)'도 대표적인 인재교육 코스다. 1990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임원급 15명, 부 · 차장급 25명이 글로벌 인재로 탄생한다. SK는 2006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상비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의 엘리트 임직원을 중국 현지에 보내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한다. 특히 임원들은 매년 10여명씩 1년에 걸쳐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최고경영자'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협력업체 임직원 교육도 강화

SK는 중소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상생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성장이 회사 생존을 위한 핵심요소라는 판단에서다.

2006년 10월 시작한 '상생 아카데미'에는 지난달까지 SK그룹 전 임직원 수의 3배에 육박하는 8만5000명의 협력업체 임직원이 참여했다. 참여업체 수로는 2900여 개사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협력업체 CEO 대상의 '상생 CEO세미나' △핵심 부 · 차장들을 대상으로 한 미니 MBA형식의 '상생 MDP' △협력업체 전 임직원이 SK가 구축한 온라인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는 '상생 e-러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전략 마케팅 회계 · 재무 윤리경영 외국어 등 지난 3년간 운영된 교육 과목만도 300여 개에 달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