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인회계사인 필자는 20년 동안 은행업에 몸담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으로 발령이 나기 전까지 멕시코에서 18년간 살았다. 멕시코인과 결혼,14살짜리 아들과 9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을 통해 자부심,행복,좌절을 골고루 경험하고 있다. 여가시간에는 골프,스쿼시,스키를 즐긴다. 잘치지는 못하지만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한다. 이 코너를 통해 앞으로 쓰게 될 글은 HSBC그룹의 견해가 아닌,개인의 견해를 담으려 한다.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은 조심하라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글을 쓸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이 유럽 태생 남미인의 글을 흥미롭게 읽어주면 좋겠다.

사실 한국 도착 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학생 시절엔 6 · 25전쟁 때의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 M · A · S · H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시리즈를 통해 한국을 배웠고,이를 통해 한국이 1950년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한국에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다른 이미지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얻었다. 1990년대 멕시코에서 대기업 금융 업무를 맡고 있을 때 삼성의 놀랄만한 성장을 목격했고,또 한국 아이들이 대거 멕시코시티의 국제학교에 몰려오는 것을 봤다. 우리 아들도 한국인 친구를 몇 명 두고 있었고,아내는 가끔 교사 보조일을 하며 한국 학생들이 수학에서 얼마나 뛰어난지를 얘기하곤 했다.

한국 발령이 확정되자마자 한국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봤다. 무척 재미있고,한국을 잘 설명한 블로그를 발견했다. 블로거는 거창에 거주하는 영어교사다. 검색창에 'Jon Sumner versus South Korea'를 치면 볼 수 있다. 직접 읽어보면 이 블로거가 한국을 사랑하지만 그에게 한국생활이 가끔 낯설고,좌절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흥미롭게 쓴 블로그다.

막상 한국에 왔을 때 서울은 기대를 훨씬 뛰어 넘었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이며 깨끗했다. 직원과 고객들은 모두 훌륭했다. 한국이 여러면에서 잘하고 있는 것은 위기극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기 때문에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한국어 선생님은 매일 필자와 한 시간 동안 씨름한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만에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한국이 더욱 강해지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한국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다. 한국에 일부 고칠 점이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논란이 두려워 아무도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과 같다.

매튜 디킨 < HSBC코리아은행장 ceohsbckorea@hsbc.com >